세계 3위 LCD(액정표시장치)용 유리 제조사인 일본전기초자(NEG)가 경기도 파주시 당동에 유리기판 공장을 짓는다. 주요 고객인 일본 TV 패널업체들이 주춤하자 LG와 손잡고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다. LG도 NEG를 끌어들여 경쟁사인 삼성을 견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NEG는 이르면 오는 7월 파주 당동에 LCD 유리기판 공장을 착공, 내년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생산 물량은 대부분 인근에 있는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TV 제조사들이 생산량을 줄이면서 일본 내 LCD 기판 유리 수요가 급감하자 NEG가 한국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쟁사인 미국 코닝과 일본 아사히글라스가 국내에 진출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가고 있는 것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코닝은 삼성과 손잡고 삼성코닝정밀소재를 설립해 LCD 유리기판을 생산하며 전체 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아사히글라스는 국내 유리 제조업체인 한국전기초자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펼쳐 세계 2위를 달리고 있다.

NEG도 2006년 당동에 LG디스플레이와 파주전기초자(PEG)라는 합작사를 설립했지만 이곳에서는 일본에서 만든 LCD 유리를 가져와 자르는 후공정만 처리했다.

NEG는 국내 시장을 공략해 점유율을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선 내년 상반기 파주에서 LCD 유리를 시험 생산해 LG디스플레이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후 공장을 증설해 점진적으로 LG 납품량을 늘려갈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는 NEG와의 협력을 통해 삼성코닝정밀소재에서 받는 유리량을 줄일 방침이다.

이미 작년 2분기 전체 LCD 유리 중 40%를 삼성코닝에서 공급받았다가 작년 4분기에 이 비율을 35% 줄였다. LCD 원가의 20%를 차지하는 유리기판 가격을 낮춰달라는 요청을 삼성코닝이 받아들이지 않아서다.

‘유리기판 독립’을 위해 자체적으로 LCD 유리를 생산하려는 LG의 계획도 막바지에 다다랐다.

LG화학은 독일 쇼트사의 기술을 이전받아 6월부터 파주 월롱단지에 있는 LG화학 공장에서 LCD 유리를 본격 양산할 계획이다. 2014년까지 7000억원을 투자해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중장기적으로 3조원을 투자해 7개의 LCD 유리 생산라인을 건설할 예정이다.

LG는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삼성처럼 ‘유리(LG화학)-LCD 패널(LG디스플레이)-LCD TV(LG전자)’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