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재동 복합물류단지 인허가 비리의혹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29일 2005~2006년 서울시 도시계획국 간부를 지낸 2명을 소환해 조사했다.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서울시 공무원들을 소개해주는 대가로 시행사인 파이시티의 이정배 전 대표로부터 1억원가량의 금품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어서다. 검찰은 30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가 이번수사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있다.

◆오늘 영장심사 최시중 ‘수술 예약’

검찰에 따르면 최 전 위원장은 서울의 한 대형 종합병원에 내달 14일 심장 관련 수술을 예약한 상태다. 심장 쪽에 지병이 있었는데 이번 검찰수사로 증세가 악화돼 수술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구속영장 발부를 피하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 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수술은 영장 발부를 판단하는 데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부장판사는 “간이식 수술을 앞둔 피의자에 영장이 발부된 사례가 있다”며 “거동을 못할 정도로 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큰 요인이 아닐 수 있다”고 전했다.

검찰이 밝힌 최 전 위원장 구속영장 신청사유는 “높은 형이 예상되고 도망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검찰이 지금까지 브로커 이동율 씨(구속)를 통해 파악한 수뢰 금액은 21억5000만원. 이정배 전 대표가 계좌로 이씨에게 건넨 액수다.

이 중 10억원은 브로커 이씨가 박 전 차관 이사비용 명목으로 청구해놓고 실제로는 본인 자녀들 전세자금으로 쓴 사실이 확인됐다. 나머지 11억5000만원 가운데 5억원 이상이 최 전 위원장에게 인허가 청탁명목으로 건네졌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외에도 이 전 대표가 최 전 위원장에게 1만원권으로 1억원가량을 쇼핑백에 담아 직접 전달했다는 진술도 있다. 검찰은 정확한 청탁 규모를 확정하기 위해 이날 이 전 대표와 브로커 이씨를 불러 대질신문을 벌였다.

법원 관계자는 “억대의 금품이 건네졌다는 검찰 주장이 소명되면 실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구속영장이 발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최 전 위원장은 이날도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전 대표로부터 직접 돈을 받지는 않았다”고 거듭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이정배 전 대표 시청 간부들 자주 찾아

검찰은 또 박 전 차관 수사에도 박차를 가했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이 2007년 접촉했다는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당시 홍보기획관)에게 지난 27일 휴대폰으로 소환통보했다. 검찰은 현재 중국에 체류 중인 강씨와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이다. 대검 관계자는 “박 전 차관의 역할을 규명하는데 강씨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씨는 박 전 차관이 “파이시티 사업이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전화로 부탁했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검찰은 최창식 당시 서울시 행정2부시장(현 중구청장)의 연루 여부도 확인할 방침이다. 파이시티 사업 인허가를 결정하는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장으로 있었던 최 전 부시장 사무실로 이정배 전 대표가 찾아갔으며, 이 과정에서 박 전 차관이 개입한 의혹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시 관계자는 “이 전 대표는 당시 최 부시장뿐만 아니라 이모 도시계획국장 사무실에도 수시로 드나들었다”며 “(이처럼 간부들 사무실에 자주 출입한 것이) 흔한 일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김병일/강경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