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tate] 30~40대 '중대형 갈아타기'는 옛말이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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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트렌드 전망
4인이하 가구 줄어 수요 감소…가처분 소득 줄며 갈아타기 주저
중대형 공급과잉 해소땐 또다시 중대형 득세 가능성도
4인이하 가구 줄어 수요 감소…가처분 소득 줄며 갈아타기 주저
중대형 공급과잉 해소땐 또다시 중대형 득세 가능성도
#서울 구의동에 살던 회사원 박모씨(44)는 최근 분당의 오래된 대형아파트로 이사했다. 무엇보다 두 자녀를 위해 학군이 좋은 곳으로 옮기고 싶었다. 집값도 많이 떨어져 있어 갈아타기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는 방 네 개 있는 집에서 여유롭게 생활하고 있다. 남는 방을 서재를 꾸미고 거실에는 꽃나무와 운동기구를 들여놨다. 박씨는 집값이 언젠가는 오를 것이라고 믿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30대 후반~40대 가장들은 중대형 갈아타기가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했다. 자녀가 크고 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20~30평형대에 살던 이들이 중대형으로 옮겨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같은 트렌드에 중요한 변화가 생기고 있다. 그냥 중소형에 눌러 앉겠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강씨와 박씨 누가 현명을 선택을 한 것일까. 부동산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린다.
가처분 소득이 크게 늘지 않는 점도 근거가 되고 있다. 대부분의 가구가 교육비와 생활비 지출을 제하면 기존 주택담보 대출을 갚기도 버거워 주택을 넓힐 여유자금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발코니 확장이 일반화되면서 중소형도 중대형처럼 넓게 사용할 수 있게 된 것도 갈아타기를 주저케 하고 있다. 전용면적 60㎡규모 아파트에서도 3~4개의 방이 있기 때문에 자녀가 둘인 가정도 큰 불편함은 느끼지 못한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런 탓에 대형 아파트의 낙폭이 중소형의 낙폭보다 크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9월 이후 지난달까지 수도권 대형아파트 매매가격은 9.95% 하락했다. 반면 소형은 0.86% 하락에 그쳤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 팀장은 “과거에는 아파트 평수가 신분의 상징이며 큰평수의 아파트는 ‘부(富)를 위한 사다리’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며 “향후 2~3년 정도는 중대형 아파트들의 가격조정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중대형의 미래를 낙관하는 이들은 중대형 공급 과잉이 해소되면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 2000년대 중반 중대형이 지나치게 많이 공급된 후유증으로 현재는 중대형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지만 지금처럼 공급이 되지 않다 보면 또다시 중대형이 득세할 것이란 예상이다. 과거처럼 급등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낙폭을 상당 부분 회복할 것이란 견해다. 또 소득 수준도 꾸준히 올라가고 있어 중대형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낙관론자들은 보고 있다.
나비에셋의 곽창석 대표는 “누구나 넓은 집에서 살고 싶어한다”며 “중대형의 운명은 우리나라 경제와 국민소득 향상 여부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