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ㆍ신길ㆍ독산…뉴타운 초기사업장 줄줄이 무산될 수도
서울시가 19일 사업이 지지부진한 뉴타운, 재개발 구역에 대한 추진위 해산 등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함에 따라 사업장별 ‘옥석가리기’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부족한 사업성을 보완해줄 수 있는 용적률 인센티브 조항이 마련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은 주민 스스로 중단할 수 있는 ‘퇴로’를 마련해주는 동시에 사업을 계속 추진할 의지가 있는 구역에는 ‘당근’을 제공해주기 위한 조치다.

○추진위 해산 절차는 연말쯤 가능

서울에서 정비사업이 추진 중인 곳은 총 1300개 구역이다. 이 가운데 사업시행인가를 마쳤거나 일부 아파트 재건축을 제외한 610개 구역이 실태조사 및 추진위·조합 해산을 추진할 수 있는 대상으로 꼽힌다.

서울시에 따르면 610개 구역 중에 추진위·조합이 설립된 구역은 293개 구역에 이른다. 이 가운데 토지 등의 소유자(주민) 10%가 동의하면 실태조사에 들어갈 수 있다. 실태조사를 통해 파악된 사업비나 분담금 등의 추정치를 근거로 ‘주민의 과반수’ 또는 ‘추진위·조합설립 동의자의 과반수’가 분담금 증가 등의 이유로 사업추진을 반대하면 추진위·조합 해산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필요한 주민동의율은 현재 추진위원회 구성단계에서 50%, 조합설립 단계에서 75%가 돼야 한다.

현재 추진위나 조합이 설립된 곳은 모두 293개 구역으로 금호23구역, 성수전략1~4구역, 제기6구역, 청량리6구역, 용두5구역, 삼선6구역, 월곡4구역, 미아 3·11구역 등이 대표적인 곳들이다.

추진위·조합이 해산될 경우 그동안 투입된 사업비(매몰비용)를 서울시 등이 일정 비율 보전해줄 방침이다. 하지만 구체적 기준은 시행령 개정을 거쳐 오는 12월에나 마련될 전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례 개정안이 시행되는 8월부터 추진위나 조합해산 절차를 밟을 수 있지만 매몰비용 기준이 확정되지 않아 현실적으로는 연말부터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시는 추진위가 아직 구성되지 않은 초기단계 사업장 317개 구역에 대해서도 일선 구청과 협의해 실태조사 대상구역을 선정키로 했다. 실태조사 이후 사업을 반대하는 의견이 주민 30% 이상이면 정비구역이나 정비예정구역 해제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추진위가 아직 구성되지 않은 초기단계 사업장은 창신·숭인뉴타운, 신길6재정비촉진구역, 망우2주택재건축정비예정구역, 독산제1주택재건축정비구역 등이다.
창신ㆍ신길ㆍ독산…뉴타운 초기사업장 줄줄이 무산될 수도
○재개발시장 숨통 트일 수도

서울시는 사업추진에 의욕이 강한 뉴타운과 재개발구역에 대해서는 도움을 주기로 했다. 해당 구역의 용적률을 법적 상한선까지 올려 사업성을 보완해줄 방침이다. 아울러 소형임대아파트 확충방안도 이번 조례 개정안에 반영했다. 예컨대 용적률 250%로 묶여 있는 3종 주거지역의 경우 법적 상한선인 300%까지 올려주는 방식이다. 늘어난 용적률(50%포인트)의 절반은 조합물량으로 배정하고, 나머지 절반은 소형 임대아파트를 짓도록 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용적률 인센티브 조항이 확정됨에 따라 추진위 해산 등의 절차를 밟지 않고, 오히려 사업추진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구역이 생겨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용적률 인센티브 방안은 조례 개정안이 공포되는 7월 말 이후부터 시행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업시행인가를 이미 받은 구역에서도 법적 상한 용적률 인센티브 적용이 가능해지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강남권 재건축 사업 지연될 듯

서울시는 동시다발적인 정비사업이 추진됨에 따라 멸실주택이 급증, 전세난이 발생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비사업의 시기를 조정하는 방안도 도입하기로 했다. 정비구역의 멸실가구 수가 자치구 주택 재고 수의 1%를 초과하거나 정비구역의 기존 주택 수가 2000가구를 넘는 구역이 적용 대상이다. 서울시는 주택정책심의회 심의를 통해 사업시행인가 및 관리처분인가 등의 인·허가 절차를 최장 1년간 늦출 계획이다.

이에 따라 둔촌주공1~4단지, 가락시영1~2차, 고덕주공2·3단지 등 2000가구가 넘는 강남권의 대규모 재건축 단지들이 시기조정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