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종횡무진' 오바마 vs '정중동' 후진타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이틀째인 27일 오전 11시30분 코엑스 3층 정상회의장 옆 오디토리움. 제1세션을 마친 57명의 수석대표들이 기념촬영을 위해 무대에 네 줄로 늘어섰다. 맨 앞줄 가운데 의장인 이명박 대통령이 섰고, 그 왼쪽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오른쪽에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자리잡았다. 촬영 전 오바마 대통령은 뒤를 돌아 ‘다 같이 활짝 웃자’는 신호를 보내고, 촬영 후엔 먼저 오른손을 높이 들어 정상들의 손인사를 유도하는 등 시종 분위기를 주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핵안보정상회의 기간 내내 이처럼 적극적인 자세로 회의장 안팎을 활발히 움직였다. 핵안보정상회의를 만든 사람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는 듯했다. 반면 G2(주요 2개국) 중 하나인 중국의 후 주석은 시종 눈에 띄지 않는 조용한 행보를 보여 대조적이었다.

지난 25일부터 2박3일간 서울에 머문 오바마 대통령은 다채로운 대외 행사를 가졌다. 그는 한국 도착 직후 휴전선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해 군사분계선(DML)에서 불과 25m 떨어진 최북단 초소에서 북한을 둘러봤다. 26일에는 한국외국어대 특강을 통해 한국의 대학생들과 스스럼 없이 접촉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일반인의 질문에 답하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물어보세요(Ask President Obama)’라는 주한미국대사관 행사에 참석하기도 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중요한 시기에 한국을 방문하고 있지만 ‘군 최고사령관’으로서의 입지를 각인시키고, 젊은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선거전략이란 해석이 나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방한 기간에 한국은 물론 중국 러시아 터키 카자흐스탄 등의 정상들과 활발히 양자회담을 갖고 이란핵, 시리아 사태, 아프가니스탄전 등 국제 현안을 논의했다. 특히 미·중 정상회담에선 후 주석에게 위안화 절상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대선에서 경쟁자인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가 위안화 문제에 정부가 소극적으로 대처한다고 비판한 것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후 주석은 공식 정상회의 이외의 외부 방문 일정은 거의 없었다. 양자회담도 한국 미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3개국 정상과만 가졌다. 이는 후 주석이 서울 방문 후 28일부터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때문 아니냐는 게 외교가의 해석이다. 그러나 올가을 시진핑 국가부주석에게로 권력 이양을 앞두고 있고, 최근 발생한 보시라이 충칭시 서기의 낙마 등 복잡한 국내 사정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미국 대통령은 해외 순방 때 개방적이고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반면 중국 정상은 조용하고 조심스럽게 움직인다”며 “오바마 대통령과 후 주석의 상반된 모습은 동서양의 문화 차이나 두 나라의 정치체제와도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