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 솔깃한 전화…"아파트 미끼로 한 보이스피싱 의심하세요"
“‘급매물로 처분한다’는 것은 물건을 싸게 판다는 뜻이 아니라 빨리 처분하겠다는 뜻입니다. 급매물을 살 때는 물건의 하자나 권리관계를 잘 따져봐야 합니다.”

‘자산관리 멘토스쿨’을 운영 중인 고준석 신한은행 청담역지점장은 지난 9일 부동산 물건을 싸게 잡는 법에 대해 집중 강의했다.

고 지점장은 먼저 부동산시장 침체기는 부동산을 싸게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역설했다. 경매 시장에서는 감정가의 반값에 낙찰받을 수 있고, 급급매물을 잘 고르면 시세보다 수천만원 싸게 매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물건 분석이나 권리분석에 실패하면 손실을 볼 가능성도 높은 만큼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매 권유 전화 주의해야

이날 신한은행 청담역지점에 모인 10명의 40~50대 멘티들은 급매물 투자 권유를 받은 경험담부터 풀어놨다.

“가끔씩 문자나 전화가 옵니다. 아파트 좋은 물건 몇 개 가지고 있다면서요. 잠실이나 개포 쪽 아파트라는데 솔직히 구미가 당겼습니다. 이렇게 싼 집을 살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 찾아왔다고 생각하니 조금 흥분했습니다.”

한 참석자가 경험담을 털어놓자 다른 멘티들도 맞장구를 쳤다. 너도 나도 급매물 매수를 권하는 문자를 받아봤다고 소개했다. 대부분 급매 권유 문자는 회사 보유분이나 피치못할 사정으로 아파트를 몇 채씩 보유하고 있다가 경기 침체로 싸게 내놓는다는 내용이다. 최근 들어 이 같은 연락이 많아졌다고 멘티들은 입을 모았다.

고 지점장은 “쉽게 말해 아파트를 미끼로 한 ‘보이스 피싱’이나 다름없다”며 “이런 유혹에 넘어가기보다는 미래 가치가 있는 물건을 발품을 팔아 찾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지점장은 급매물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이민이나 지방 이사를 이유로 처분하거나 소유자가 파산이나 부도 위기 등으로 급하게 처분하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파산이나 부도의 경우 부동산에 가압류, 가처분 등이 걸려 있는 사례가 많은 만큼 먼저 이런 보전 처분의 해소를 약속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매물을 매입할 때는 잔금 지급과 동시에 소유권 이전을 신속히 마치라고 당부했다. 계약을 하고 나서라도 매도자가 변심을 할 수 있어서다. 또 계약 후에 누군가 그 부동산에 가압류나 가처분을 걸 수도 있다. 계약금을 지급해도 최종적으로 잔금을 치르고 난 후 소유권을 넘겨받기 전 중간에 권리관계가 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매수자 입장에서 가장 안전한 방법은 당일날 전액을 다 내고 사는 방법이다.

자신이 없으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고 고 지점장은 강조했다. 시중은행 PB센터를 통하면 법무사 등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만약 급매물이 회사 보유분이라면 계약서에 시공사와 시행사 모두의 확인을 받아둬야 한다고 고 지점장은 조언했다.

○경매, 현장 확인은 필수

고 지점장은 손해를 입지 않고 경매투자를 잘할 수 있는 방법도 설명했다. 우선 수익성이 보장되는 물건인 점을 확인해야 하고, 철저한 권리분석도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등기부에 나타나지 않는 권리는 현장 방문을 통해 알아보라고 강조했다. 경매 물건은 서류상 내용과 물건 내용이 다른 경우가 많아 현장 방문을 통해 일치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라는 얘기다.

그는 권리분석을 위해서는 △근저당권 △가압류 △담보가등기 △경매개시 결정등기 등 네 가지를 꼭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현장에서 살펴야 할 다섯 가지는 △유치권 △법정지상권 △관습법상 법정지상권 △분묘기지권 △특수지역권 등이다.

고 지점장은 법정지상권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사례로 컨테이너 박스를 들었다. 판례상 바퀴가 없으면 법정지상권을 인정하지만, 바퀴가 있으면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존 불법 주거지는 철거 소송에 의해 철거해야 하며, 아닐 경우 주거침입죄에 해당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대금 납부에 지장이 없도록 자금계획도 세워야 하고, 임차인이 있는 경우에는 명도계획도 사전에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수요자, 1분기에 급매·경매 노려라

고 지점장은 올해 수도권 부동산시장이 살아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전셋값을 매매가로 나눈 비율이 많이 상승하는 등 시장이 활기를 띨 조건들은 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분석이다. DTI(총부채상환비율), 분양가 상한제 등의 규제가 풀려야 시장이 조금씩 살아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다만 자금계획이 완전히 세워진 실수요자라면 1분기를 내집 마련 시점으로 잡으라고 권했다. 그는 “청약통장을 이용한 내집 마련뿐만 아니라 급매 또는 경매 물건 등 다양한 방법을 세워볼 필요가 있다”며 “가격이 더 떨어지기를 마냥 기다리다 매수 시점을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원주택 매입과 관련, 고 지점장은 “새로 토지를 구매해 전원주택을 짓기보다는 기존 전원주택을 매입하거나 농가주택을 사서 수리하라”고 조언했다. 투자 규모는 2억~3억원 정도가 적당하고 거리는 대도시와 30분~1시간 이내가 알맞다고 조언했다. 병원은 가까울수록 좋지만 노년층만 몰려 사는 곳은 오히려 피해야 한다고도 했다. 오래 살기가 어렵고 고독해지기 십상이라는 이유에서다.

한국경제신문과 신한은행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고준석 박사의 자산관리 멘토스쿨’은 오는 20일까지 3기를 모집할 예정이다. 5개월 과정으로 26일 개강하며 전액 무료로 진행한다. 신청은 (02)3442-1047로 하면 된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