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오바마의 결단, GM의 부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미국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막을 올린 ‘2012 워싱턴 오토쇼’에서 GM의 픽업트럭 쉐보레 실버라도에 올라타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는 1주일 전 의회 국정연설에서 “GM이 2011년 자동차 판매 기준으로 세계 1위에 다시 올라섰다. 미국 자동차 산업이 돌아왔다”며 미국 제조업의 부활을 역설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2009년 6월 GM의 파산보호 신청을 받아들이며 총 500억달러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채권단의 채무 탕감도 이끌어냈다. 오바마의 ‘GM 구하기’에 대해 일부 경제학자들은 “제너럴모터스(GM)는 사라지고 거번먼트(Government) 모터스만 남을 것”이라고 빈정거렸다. 정치권에선 “GM은 오바마의 베트남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조 바이든 부통령은 최근 “오바마 재임기간 중 빈 라덴은 죽고 GM은 살아났다”고 반색했다.

GM의 부활은 전광석화 같은 구조조정 덕분이었다. 쉐보레 뷰익 캐딜락 GMC 등 4개 브랜드만 남기고 샤브 해머 새턴 폰티악 브랜드를 정리했다. 수익성 낮은 공장 14곳도 폐쇄했다. 이 과정에서 2만1000여명을 일시해고했다. 이에 힘입어 흑자로 전환하면서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신속한 구조조정은 강성 노조로 유명한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양보’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했다. 일시해고를 수용한 노조는 급여 동결, 상여금 포기, 퇴직자 의료 지원 혜택 축소 등의 근로계약 수정안에 합의했다. ‘과잉복지’의 GM 노조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이명박 정부도 선거를 앞두고 일자리 창출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휴일 잔업을 법정 근로시간에 포함시키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하겠다고 했다. 대기업 근로자들의 근로 시간을 줄이는 대신 인력을 더 뽑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의 반응은 뜨악하다. 자동차업체의 한 임원은 “우리도 사람을 더 뽑고 국가경제에 더 기여를 하고 싶지만 불황이 닥칠 때에 대비한 퇴로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털어놨다. 그는 “기업들이 맘껏 정규직을 채용할 수 있도록 미국처럼 고용 유연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철저한 원칙에 바탕을 둔 ‘결단의 정치’가 부러운 이유다.

장진모 산업부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