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는 씨앤케이(CNK)의 다이아몬드 추정 매장량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회사측에 확인을 요청하는 조회공시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통상부가 2010년 12월17일 씨앤케이의 자회사가 카메룬 정부로부터 매장량 4억2천만 캐럿에 달하는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을 획득했다고 발표한 이후에 추정 매장량이 과장됐다는 소문이 확산됐고 인터넷매체들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했다.

한국거래소는 그러나 추정 매장량의 경우, 조회공시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모르쇠'로 일관했다.

거래소측은 또 추정매장량에 대한 조회공시를 하면 오히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확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매장량 객관적 자료없어 공시서 제외권고"

거래소는 외교통상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한 4억2천만 캐럿에 달하는 카메론 광산의 다이아몬드 추정매장량을 객관적 사실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는 외통부가 보도자료를 배포한 당일 씨앤케이의 관련 자율공시에서 추정매장량을 빼도록 거래소가 조치를 했다는 점에서 확인됐다.

거래소 관계자는 "CNK의 자율 공시에는 외교부 발표와 관계없이 거래소 기준에 따라 매장량 추정치를 제외하도록 했다.

개발권 취득에 관한 공시였기 때문에 매장량이 직접적으로 개발 허가와 관련이 없었고 회사 측이 밝힌 매장량도 객관적으로 입증된 내용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교통상부가 2010년 12월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추정매장량과 함께 기대 효과 등을 자세히 소개했지만 거래소는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 취득은 사실이지만 매장량은 개발권 취득과 별개의 사안으로 판단해 공시에서 제외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카메론 정부가 매장량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추정 매장량이 공시에 들어가서는 안된다는 것이 거래소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이 회사의 주가는 추정 매장량에 의해 폭등했다.

그리고 인터넷매체 등에서 매장량을 둘러싼 의혹을 제기했다.

증권가에서는 매장량이 부풀려졌다는 소문이 퍼졌다.

문제는 거래소가 이에 대한 조회공시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추정 매장량에 의해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올랐다면 이에 대해 설명하라고 CNK측에 요구하는 것이 상식인데, 그러지 않았다.

거래소의 조회공시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거래소는 2011년 1월10일 주가급등의 구체적인 사유를 묻는 조회공시를 뒤늦게 했다.

그러나 이는 주가급등에 대한 사유를 묻는 것이지 매장량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었다.

조회공시에 대한 회사측의 답변은 "공시한 내용 외에 주가급등에 영향을 미칠만한 사항으로서 현재 진행중이거나 확정된 공시사항이 없다"는 식이었다.

현행 공시 제도는 기업의 주요경영사항과 관련한 풍문ㆍ보도가 있는 경우 그 사실 여부 등을 조회공시토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거래소는 씨앤케이 자회사인 카메룬 현지법인인 씨앤케이마이닝이 개발권을 취득한 광산의 매장량은 조회공시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있을 수 있지만 매장량에 대한 조회공시는 현재 규정에서는 해당하지 않는다.

조회공시와 별개로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정황이 포착되면 조사해 금융감독원으로 넘긴다"고 덧붙였다.

◇`유명무실' 조회공시제도

CNK 사건을 계기로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회공시가 실제로는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각종 테마주 등의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하면서 조회공시 건수는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기업이 주가급등 사유에 대한 조회공시 답변에서 `미확정', `중요정보 없음' 등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닥시장의 조회공시 건수는 전년 340건보다 12.4% 늘어난 382건을 기록했다.

주가급등 사유를 묻거나 보도에 대한 조회공시가 급증한 탓이다.

주가급등 관련 조회공시는 2010년 153건에서 지난해 192건으로 증가했다.

지분매각 및 인수추진 보도가 늘면서 보도 조회공시도 18건에서 36건으로 급증했다.

거래소는 조회공시의 신뢰도를 높이고자 지난해 3월 사후심사 제도를 도입했다.

조회공시에 대한 상장법인의 무성의한 답변 등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이 제도로 지난해 전체 시장에서 6개 상장사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는 등 부분적인 성과가 있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거래소로서는 자원개발 등에 대한 호재성 보도와 풍문에 대한 조회공시 여부도 고민거리다.

과거 일부 자원개발업체 등이 공시를 악용해 불공정거래에 악용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조회공시 요구에 `검토중'과 같은 답변이 나오면 투자자들이 사실로 확인된 내용으로 오인할 우려도 있다며 이 점도 이번에 매장량 조회공시를 하지 않은 이유중 하나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거래소가 규정만 내세워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시장관리자로서의 책임까지 면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홍 강종훈 기자 jaehong@yna.co.kr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