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일본의 우울한 미래
매년 1월 일본에서는 20세가 되는 젊은이들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성년의 날 행사를 연다. 올해 일본에서 성년이 된 사람은 120만명이다. 이는 1970년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2010년 기준 일본 인구는 1억2700만명이다. 유엔은 일본의 인구 감소 속도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2015~2030년에는 감소율이 6.65%지만 2030~2050년에는 13.4%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일본인들의 결혼 연령이 높아지는 것과 관계가 깊다. 현재 일본 여성의 평균 혼인 연령은 28.3세, 남성은 30.1세다. 1970년대 초반에는 매년 100만쌍이 결혼을 했는데 최근엔 그 숫자가 30만명 정도 줄었다. 독신 가구의 숫자는 1975년 60만가구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400만가구로 크게 늘었다.

결혼 늦어지고 독신자 늘어

1970년에는 일본 여성들이 첫 아이를 갖는 평균 나이가 25.6세였는데 2007년에는 29.4세로 올라갔다. 1970년에는 신생아들 중 절반이 20대 중후반의 어머니에게서 태어났지만, 지금은 38%의 신생아들이 30대 초반의 어머니에게서 태어난다. 이는 일본의 가정에서 둘째나 셋째가 태어날 확률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일본인들의 기대수명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현재 일본 여성들의 기대수명은 86세인데 2050년에는 91세까지 늘어날 것으로 유엔은 예상하고 있다. 2050년이면 전체 인구의 40% 정도가 65세 이상 노년층이 될 것이다.

일본의 고령화는 현대 사회에서 유사한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다. 따라서 일본의 인구 감소가 식량을 생산하고 산업을 유지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예단하기 어렵다.

일본 정치인들은 그동안 적절한 준비를 하지 못했다. 다른 나라들은 대개 인구 감소에 대비해 이민을 장려한다. 그러나 일본은 경직된 법체계 때문에 합법적으로 이민을 오는 사람들이 드물다. 중국 북한 동남아 중동 등에서 온 불법이민자들만 있을 뿐이다. 이들은 일본에 오래 머물지도 않고, 일본 사회에 동화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인구감소에도 이민 안받아

많은 일본인들은 서구식 이민을 받아들이길 원하지 않는다. 일본인들은 외국인들이 일본 사회에 발디딜 틈이 생기면 일본 문화가 돌이킬 수 없게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외국인들을 임시직으로만 활용한다. 이들은 교육·경제·정치적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한다.

인구가 줄어도 계속해서 번영을 이루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하지만 일본 사회에서는 이에 대한 논의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인구 감소를 막는 게 나라의 미래를 결정할 사안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많은 일본인들이 이민에 관대해질 것이다.

서구 사회에도 이민자가 많아진 영향으로 전통 문화가 변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일본 사회도 이민을 받는 것을 두려워만 하지 말고 이와 같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지금부터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마이클 오슬린 < 미국기업연구소·일본책임자 > / 정리=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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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마이클 오슬린 미국기업연구소(AEI) 일본연구 책임자가 ‘일본, 거부의 시대(Japan’s Age of Denial)’란 제목으로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