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이후 수도권 전세시장이 잠잠하다. 통상 학군을 겨냥한 겨울방학 전세 이주가 이달말까지 계약을 마치고 다음달 이뤄지는 점에 비춰 올 겨울 전셋값은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는 올 들어 28일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전월 대비 0.17%, 수도권은 0.01% 각각 떨어졌다고 29일 밝혔다.

1월 전세가격이 내린 것은 3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1월 서울과 수도권은 각각 0.63%, 1.25% 상승했다.

겨울방학 이사수요가 몰리는 서울 대치·목·중계동 등 학군 선호지역은 설 연휴 이후에도 전세 문의가 늘지 않아 전셋값이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대치동 개포우성아파트 전용 84㎡의 전세가격은 한때 5억원을 웃돌았지만 최근 4억7000만~4억8000만원으로 내려갔다. 전세 매물이 잘 소화되지 않다 보니 급매물은 4억5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 물건이 쌓이면서 전세가격도 약세를 보여 전용 85㎡형은 5억원 미만에 골라서 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목동 1~6단지는 지난해 12월부터 전세가격이 조정을 받아 거의 모든 평형대에서 1000만~2000만원씩 내린 상태다.

중계동도 겨울방학을 맞은 이주 수요가 눈에 띄게 줄었다. 중계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예전과 달리 올해는 방학을 앞두고 전세물건을 비축해둘 필요가 없다”며 “재계약을 해 살던 집에 눌러앉는 사람들이 적지 않고 전셋값이 크게 오를까봐 겨울방학 이전에 계약을 마친 세입자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겨울방학 학군 이주수요가 줄어든 것은 지난해 수학능력시험이 쉽게 출제된 데다 인기 학군인 강남 전셋값이 너무 올라 수요자들이 강남 진입을 포기하고 살던 집을 재계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 부동산팀장은 “쉬운 수능이 전세시장이 안정세를 보이는 데 기여했다”며 “2년간 전셋값 상승에 따른 학습효과로 겨울방학 전에 미리 전셋집을 구하는 현상이 나타나 방학철 전세난을 막았다”고 진단했다.

재건축 이주 수요가 생기고 있는 서울 강동구 일대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하남 등 인접 지역은 전셋값이 상승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고덕동 K부동산 관계자는 “1월 초부터 전세수요가 몰려 지금은 물건이 거의 다 나갔다”며 “둔촌주공 59㎡는 작년 말 1억2000만원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1억5000만원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