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분양시장이 연초부터 추위를 타고 있다. 건설사들이 지난해 말 계획했던 공급 일정을 줄줄이 연기하며 수도권에서 이달 일반분양되는 물량(공공제외)은 한 가구도 없다.

대형건설사 개발담당 임원은 “서울 도심 대단지에다 분양가도 예상보다 낮아 기대를 모았던 왕십리·답십리뉴타운이 지난달 청약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둬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일정 지연으로 신규 공급이 특정 시점에 몰리면 인기가 덜한 단지에서는 청약부진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도권 분양시장 눈치보기…1월 물량 '제로'

◆수도권 시장 ‘개점휴업’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요 건설사들은 이달 중 수도권에 공급예정이던 1000여 가구를 모두 연기했다.

전통적으로 1월이 분양 비수기이고 설연휴도 겹치긴 했지만 신규 분양 ‘제로’는 이례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함영진 부동산서브 조사실장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에 설까지 끼었던 2009년 1월에도 수도권에서 1749가구가 분양됐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보업계에 따르면 1월 분양물량은 2010년 1만4155가구, 2011년 773가구였다.

건설사들은 지난해 말 계획했던 올 1월 분양 일정을 잇따라 연기했다. 삼성물산은 이달 예정이던 서울 금호동 금호19구역 재개발 아파트인 ‘래미안 하이리버’를 연기했다.

쌍용건설도 염창동 연립주택 단지를 재건축한 ‘강서 쌍용예가’ 분양 공고를 내달로 미뤘다. 교통 등 입지여건이 좋아 관심을 받았던 단지들이다.

포스코건설과 이수건설도 1월로 잡았던 인천 송도와 부평에 들어서는 ‘송도 더샵 그린워크’(D11블록)와 ‘브라운스톤’ 분양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수도권 분양시장의 불확실성이 일정을 늦추게 만든 직접적인 요인”이라며 “이르면 내달 말부터 택지매입비 선이자분 반영 현실화와 일부 옵션품목 범위 확대 등으로 분양가를 1% 이상 올릴 수 있게 된 점도 분양 연기 이유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수도권 분양시장 눈치보기…1월 물량 '제로'

◆세종시·광주 등 지방 분양 잇따라

지방에선 연초부터 분양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수도권 약세, 지방 강세’인 분양시장 양극화가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극동건설은 지난해 1차 때 계약률 100%를 거둔 세종시에서 이달 ‘웅진스타클래스’ 2차 610가구를 공급한다.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전용면적 43~59㎡ 소형아파트로 구성해 경쟁률이 높을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지난해 집값 상승률 18.7%로 전국 최고였던 광주에서도 공급이 이어진다. 호반건설은 첨단신도시 2지구에서 전용 84㎡ 1368가구를 분양한다. 지역건설사인 한국건설도 봉선동에서 봉선아델리움3차 280가구를 선보인다. 벽산엔지니어링은 경남 거제시에서 480가구를 분양한다.

◆분양 급감으로 후폭풍 부나

연초 수도권 분양시장 위축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아파트 분양은 줄었지만 도시형 생활주택 등의 공급이 늘고 있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작년 도시형 생활주택 인·허가 물량은 6만9605가구로 전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며 “1~2인 가구 증가 추세와 더불어 아파트 비중이 줄어들고 있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주택공급 감소로 이어져 전세시장의 안정세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팀장은 “통상 수도권 새 아파트의 30~40%는 전세물건으로 나왔다”며 “월세 위주의 전용 20㎡짜리 도시형 생활주택으로는 3~4인 가구 전세난을 해소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파트값 침체로 오피스 상가 토지 등이 동반 하락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