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위-재계, 이익공유제 놓고 또 충돌
이익공유제 도입을 놓고 동반성장위원회와 재계의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이익공유제 도입안을 위원회 전체회의에 잇따라 상정하며 대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는 반면 대기업들은 회의 자체를 연이어 보이콧하며 동반위에 맞서고 있다. 정 위원장이 밀어붙이고 있는 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이 영업이익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을 때 일부 이익을 협력회사 등에 나눠주자는 것이 골자다. 대기업들은 기여도 산정 등이 불가능하다며 ‘성과공유제’ 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17일 오전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이익공유제 도입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동반위 전체회의는 정준양 포스코 회장, 강호문 삼성전자 부회장 등 대기업 측 위원 9명 전원이 또다시 불참하면서 반쪽짜리 회의로 진행됐다. 동반위는 결국 이익공유제 도입안에 대한 결론을 다음달 2일까지 다시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13일 열린 전체회의에도 이익공유제 안건이 올라왔으나 대기업 측의 불참으로 미뤄졌다.

정 위원장은 회의 후 “이익공유제는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이라는 점을 숱하게 밝혔는데도 대기업은 검토조차 거부하고 있다”며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동반위 측은 “다음달 초 전체회의를 열어 마지막으로 이익공유제 안건을 논의할 것”이라며 “다음 회의에서는 안건 통과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대기업들은 “민간 자율기구로 출범한 동반위가 이상한 제도를 만들어 대기업에 강요하려는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대기업 관계자는 “동반위에서는 강제가 아닌 자율이라고 하지만 일단 제도 도입이 결정되면 기업에는 강제에 가까운 압박이 가해질 것”이라며 “서둘러 도입하려 하기보다는 신중하고 충분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이익공유제 도입이 불가능하다고 밝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동반위가 주장하는 이익공유제는 각 회사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재계 대표단을 꾸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대기업 대표라는 이름으로 이익공유제 도입안에 대한 결론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다른 기업이 ‘무슨 자격으로 이익공유제 도입안에 찬성했느냐’고 문제를 제기하면 할 말이 없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측은 이익이 났을 때 많은 협력기업들이 어떻게 기여했는지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동반위가 애플과 도요타 등이 이익공유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재계는 ‘성과공유제를 오해한 것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재계 관계자는 “당초 정 위원장이 제기한 초과이익공유제가 이런 문제점 때문에 비판을 받자 이름을 이익공유제로 은근슬쩍 바꾸더니 다시금 ‘협력이익배분제’로 명칭을 바꿔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려는 분위기”라며 “불가능한 제도를 왜 이렇게 고집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동반위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여부를 놓고 논란을 빚어온 데스크톱PC에 대해 반려를 권고하고 1년 뒤 다시 선정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박신영/김수언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