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22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봉주 전 의원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확정하자 그의 지지자들은 물론 좌파그룹의 정치인과 유명인까지 사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정동영 민주통합당 의원은 “역사와 진실은 정봉주의 무죄를 선고할 것”이라고 주장했고 작가 공지영은 트위터에 “이 땅의 모든 이성과 양심이 죽었음을 알리는 조종 소리”라고 적었다. 지난 10월 한명숙 전 총리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선고를 받았을 때 민주당 등에서 “사법부가 법과 양심에 따라 현명한 결정을 했다”고 환영했던 것과는 정반대다.

재판 결과에 대해서는 늘 찬반이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자기들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판결이 나오면 아무 근거도 없이 비판하고 반대로 입맛에 맞는 판결은 무턱대고 공정한 재판이었다고 옹호한다면 이는 사법부까지 정치마당으로 만드는 것과 하나도 다를 게 없다.

재판은 판사의 개인적인 신념이나 대중의 입맛과 취향에 맞추는 그런 과정이 아니다. 그것은 객관적이고 엄정한 법 집행과정이며 그런 점에서 정부의 정책결정과도 성격이 매우 다르다. 판사의 성향에 따라 실정법과 다른 판결이 나온다면 그건 법치가 아니라 그야말로 인치(人治)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SNS 등을 통해 정치적 견해를 쏟아내는 일부 젊은 판사들의 행동에 우려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정 판결을 비판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어떤 부분에서 법 해석과 적용에 문제가 있었는지는 적시해야 한다. 이마저도 결여된 비난은 정치적 모략이거나 단순한 개인적 감정 분출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우리 주변에는 재판이라는 공적 영역에 일부 집단의 사적인 잣대를 강요하면서 법치가 아닌 인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흘러 넘쳐난다. 우리 사회의 미성숙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