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기중독의 불편한 진실
현대 문명에서 전기를 빼고 유지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어느 날 갑자기 전기가 꺼지는 악몽 같은 경우를 불과 서너달 전에 경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의 전기 사용량은 멈출 줄 모르고 증가하고 있다. 심지어 전기를 난방에까지 이용하는 일이 벌어진다. 우리 국민은 이미 값싼 전기를 사용하는 데 익숙해진 것이다. 심하게 표현하면 전기 사용에 중독돼 있는 것과 같다.

의학적으로 마약 중독을 치료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 선택이 있다. 네덜란드 방식과 일본 방식이 그것인데, 네덜란드에서는 정부에서 마약을 값싸게 공급하면서 반드시 교육과 치료를 받아야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면서 점차 중독성이 낮은 마약으로 대체하고 궁극적으로는 마약에서 벗어나게 하는 방식으로 마약 중독을 치료한다. 일본에서는 마약을 제조· 판매하는 사람은 사형에 처하고 중독자는 격리 입원시켜 마약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두 가지 정책 모두 성공적으로 작동해 일본이나 네덜란드 모두 선진국 중에서 마약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전기 중독에서 벗어나는 데는 어떤 방식이 좋을까? 마약 중독에 대처하는 방식을 그대로 대입해 생각해 보자. 갑자기 전기 사용료를 올려 전기 사용을 반강제적으로 억제하는 방식(일본 방식)이 좋은가? 아니면 적절한 방식으로 발전량은 늘리고 국민들은 스스로 전기 사용을 줄이면서 궁극적으로는 전기 의존도를 낮춰가는 방식(네덜란드 방식)이 옳은가? 아마 대부분의 국민은 네덜란드 방식을 선택할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상황에서 전기 사용량을 갑자기 줄일 수도 없고, 사용료를 대폭 인상하는 것도 어렵다. 현실적으로 발전량을 늘리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가지고 있는 수력이나 화력 발전에 사용할 여분의 자원은 거의 없고, 대체 에너지만으로는 전기 소비량 증가를 따라 가기 어렵다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다. 우리는 어떤 것이든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전기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대체 에너지 개발에 더 많은 투자와 노력을 해야겠지만, 전기 중독에서 벗어날 때까지는 원자력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당위성을 인정하고 그에 따른 신중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전기의 혜택을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라면 보다 완벽한 안전 대책을 세우고, 보다 안전한 원자력발전소를 만들려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국민들에게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동시에 아무런 대책 없이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공포감만 조장하는 무책임한 주장에 국민이 현혹되지 않도록 보다 적극적인 홍보도 필요하다. 지난 22일 신규 원자력발전소 후보지가 발표됐다. 안전한 원자력 발전소가 세워질 수 있도록 국민의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함익병 < 전 이지함피부과 대표 / 함익병피부과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