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北권력구도 `시계 제로'

"김정은 동지 영도 따라 난국 해결"
장성택 등 급부상할듯…권력암투 개연성도

북한의 `절대군주'로까지 불려온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17일 급사함에 따라 북한 최고권력의 한동안 공백 사태가 불가피해졌다.

북한당국도 이를 충분히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매체는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소식을 사망한 지 이틀이나 지난 19일 보도했다.

그만큼 김 위원장의 사망이 북한내부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것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북한당국은 이미 후계자로서 입지를 다져온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새 지도자로 지체없이 발표한 상황이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 사망소식과 함께 "우리는 김정은 동지의 령도따라 슬픔을 힘과 용기로 바꾸어 오늘의 난국을 이겨내야 한다"며 사실상 김정은 영도체제를 선언했다.

김정은과 그의 측근들이 사실상 북한권력를 이끌게 될 것임을 선언한 셈이다.

김정은의 핵심측근 중에서는 우선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고모인 김경희 경공업 부장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작년 10월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의 후계자 등극과 함께 급부상한 장성택 등은 김정일 위원장의 공개활동에도 거의 빠짐없이 따라다닐 정도로 권력의 핵심으로 자리를 잡았다.

김정은이 지난 1년간 후계자로서 수업을 받기는 했지만 아직 확고한 기반을 다지지는 못했다는 분석이 많은 만큼 앞으로 장성택과 김경희가 사실상 전면에 나서 후계체제 공고화 작업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군부에서는 작년 당대표자회를 통해 급부상한 리영호 군총참모장이 있다.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이자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기도 한 그는 김정은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져 있으며, 김정일 위원장이 후계체제 구축을 고민하며 그를 핵심요직에 앉혔다는 분석이 있다.

또 한명의 군부인사는 김영철 정찰총국장이다.

인민무력부 산하에 설치된 정찰총국은 2009년 2월∼4월 노동당의 35호실과 작전부가 합병된 조직으로 강력한 권력을 갖고 있다.

김영철 역시 김정은의 핵심측근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이 급사함에 따라 순조롭게 진행되던 김정은의 후계체제 공고화 작업도 상당한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비록 당·정·군을 김정은 측근들이 차지하고 있지만 상당수 구세력이 권력의 핵심부에 존재하고 일부는 김정은의 능력에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김정은과 그의 측근들이 지금의 비상시국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최고 권력을 둘러싼 권력자들 간의 암투로 이어질 개연성이 있다.

또 현재의 긴박한 상황을 놓고 볼 때 군부 쿠데타에 의한 김일성 가계의 권력붕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js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