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8시10분께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커피숍 화장실에서 대학원생 A(22·여)씨는 옆 칸에서 이상한 인기척을 느꼈다.

무심히 칸막이로 고개를 돌린 A씨는 비명을 질렀다.

손바닥 크기 만한 파란색 물체가 자신을 내려다보듯 칸막이 윗부분에 걸쳐 있었던 것이다.

기겁한 A씨는 화장실에서 뛰쳐나왔고 그러자 한 젊은 남성이 황급히 따라나왔다.

이 남성은 수도권 소재 대학에 다니는 이모(24)씨.
A씨는 이씨를 가리키며 "저 사람이 화장실에서 날 촬영했다"고 외쳤고 이씨는 줄행랑을 쳤다.

A씨의 남자친구는 150m가량 추격전을 벌인 끝에 이씨를 붙잡았다.

이씨는 외려 당당했다.

여자화장실에 들어가긴 했지만 아무것도 촬영하지 않았다며 순순히 자신의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A씨는 "이게 아니다.

분명히 파란색이었다"고 했고 남자친구는 몸싸움 끝에 그의 몸에 지니고 있던 최신형 파란색 아이팟을 찾아냈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팟에는 화장실에 있던 A씨 모습을 담은 동영상 2개가 저장돼 있었다.

태도가 바뀐 이씨는 "사람도 많은데 여기서 이러지 말자. 돈 줄테니 경찰에 신고하지 말아달라"며 빌었지만 결국 인근 지구대에 넘겨졌고, '쉽게 풀려나지 못할 것'이라는 경찰관의 말에 고개를 떨어뜨렸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씨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ksw0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