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FTA 강행처리 명분쌓기용 면담 않겠다"
민주당이 이명박 대통령의 15일 국회 면담을 거절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이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강행 처리를 위한 명분 쌓기용이라는 시각에서다. 민주당은 '대통령이 직접 국회까지 찾았는데 야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을 조성하고 강 · 온파로 나뉜 한나라당 내 강경파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이 깔린 정치적 행보로 보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임태희 대통령실장,김효재 정무수석이 14일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눴지만 양측의 입장차만 확인했다.

민주당 당 대표실에서 이뤄진 회동에서 손 대표는 "대통령이 오시면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조항 폐지 문제에 대해서 가지고 오는 것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빈손으로 오실 것 같으면 빈손으로 가셔야 한다"며 청와대의 변화가 있어야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임 실장은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나고 오지만 새 제의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이 대통령이 혹시 새로운 보따리를 가져올지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으나 임 실장과의 회동 후 "강행 처리를 위한 압박용 방문"이라는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용섭 당 대변인은 "야당의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고 새로운 제안도 없으면서 소통을 내세워 국회를 방문하겠다는 것은 강압"이라며 "이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하고 싶은 얘기가 빨리 처리하라는 것일 텐데 그렇다면 만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민주당은 ISD 재협상에 대한 제안이 아니면 '강행 처리는 않겠다'는 약속이라도 가져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대변인은 "국회의 원만한 처리를 위해 안 오는 게 좋겠다는 뜻을 청와대에 정중하게 전했다"면서 "정 오겠다면 최소한 강행 처리를 않겠다는 약속이라도 들고 와야 면담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불참으로 15일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 자리에는 한나라당과 미래희망연대만 참석할 전망이다. 국회의장실은 이날 원내교섭단체에는 당 대표와 원내대표,비교섭단체에는 당 대표 참석을 통보했지만 자유선진당은 지난주 이 대통령과 심대평 대표와의 비공개 회동 후유증으로 참석이 여의치 않다.

한 · 미 FTA에 강력 반대하는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등 다른 야당도 불참하겠다는 방침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