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 존중ㆍ협의의 기본 정신마저 배척" 혹평

검찰과 법무부가 마련한 수사권 조정 관련 대통령령 초안(이하 법무부안)에 대해 경찰이 "위헌·위법 소지가 농후하다"는 평가를 공식 제출한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경찰청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소남 의원(한나라당)에게 14일 제출한 '법무부 대통령령 안에 대한 경찰 의견'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경찰은 법무부 안에 대해 "수사지휘권 확대·강화에만 치중한 나머지 형사소송법·검찰청법의 개정 취지와 법무부령을 대통령령으로 수정 의결한 국회의 입법적 결단에 역행했다"고 혹평했다.

경찰은 특히 "법무부 안이 개정 형소법의 위임 범위를 일탈해 위헌·위법 소지가 농후하다"며 "상호 존중과 충분한 협의라는 정부 합의의 기본 정신까지도 배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개정 형소법 제196조 제3항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관한 구체적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음에도 법무부 안은 일방적으로 수사의 개념을 확대하거나 내사의 개념을 축소했다고 경찰은 지적했다.

선거·공안 사건의 경우 수사 전 단계에서 입건 여부에 대한 지휘를 받도록 하고 호송 지휘 등 수사 이외 사항까지 규정해 위임 범위를 초과했다는 것이다.

수사 주체로 인정받은 경찰이 자체적으로 정해야 할 집무 상의 준칙, 수사 절차까지도 법무부 안이 규정하는 월권 행위를 함으로써 경찰의 수사 주체성을 무의미하게 했다고 분석했다.

경찰은 개정 형소법 제196조 제2항에서 경찰도 '범죄혐의를 인식하는 때에 수사를 개시·진행하도록 규정했지만 법무부 안은 검사의 수사중단·송치명령 등 내용을 담아 경찰의 수사 개시·진행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법무부 안은 검사의 지휘 대상을 검사장·지청장이 지정하는 사건으로 규정함으로써 대통령령이 구체적으로 정해야 할 사항을 사실상 검사에게 백지위임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찰청장, 지방경찰청장이 조직 내 직원에 대해 지휘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언론 브리핑 때 검사 승인, 대면 보고 등 불합리한 조항을 담았으며 양 기관 간 상호 존중과 갈등 방지 등에 대한 규정은 없다고 꼬집었다.

법무부 안이 기존 사법경찰집무규칙의 조문 구성을 그대로 채용해 대통령령으로 다시 규정하려고 한다면서 이에 대해서도 경찰은 문제를 제기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법무부 안은 경찰과 검찰이 견제와 균형을 통해 선진화된 수사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국민적 기대에도 크게 못 미쳐 경찰청에서 작성한 초안을 토대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spee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