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총수가 '엄격한 공권력 집행'을 천명하고 나섰다. 최근 부산 한진중공업 사태 이후 사회 곳곳에서 넘쳐나는 포퓰리즘 분위기에 편승한 '무질서한 거리 시위 문화'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다. 더구나 법원에 대고도 "판결 제대로 하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원칙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폭력 시위대에 얻어맞고 불법 집회에 쩔쩔매는 '무능한 경찰'로 남으면 안 된다는 위기감을 표현한 것이다. 조현오 경찰청장(사진)이 29일 대한상공회의소 조찬간담회에서 공권력 확립에 경찰뿐 아니라 법조계도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역설한 배경이다. 지난해 8월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불법 집회 · 시위를 엄단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온 조 청장의 공권력 대응 방향과 수위가 주목된다.

◆"원칙대응이 불법시위 줄인다"

조현오 경찰청장의 뚝심 "불법必罰"
조 청장은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 이후 우리 사회의 법 질서가 점차 확립됐다"며 "2009년 이전 광화문 사거리는 봄부터 겨울까지 경찰기동대 버스와 시위대로 뒤덮였다"고 말했다. 노태우 ·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 노무현 정부 시절 만연했던 불법 · 폭력시위가 이명박 정부 집권 2년차인 2009년을 기점으로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원칙에 따른 엄격한 법 집행에 따른 결과라는 것이 경찰의 자체 분석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김대중 정부 때인 2001년 연 1만3083회에 육박했던 집회 · 시위 횟수는 이명박 정부 첫 해인 2008년 1만3406회로 소폭 상승했다가 지난해 8811회로 크게 줄었다. 횟수로는 10년 전의 67.34%에 해당할 만큼 줄었다. 불법 · 폭력시위도 줄어들었다.

그러나 부산 한진중공업과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사태 등을 거치고,10월 보궐선거 및 내년도 양대 선거를 앞두고 다시 불법 시위문화 분위기가 급속도로 살아난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불법집회와의 전쟁,끝나지 않았다"

경찰청은 조 청장의 이날 대한상의 조찬발언을 계기로 불법집회 및 시위와의 전쟁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지난 5일 시위관리 원칙을 강화해 도로 점거나 질서유지선(폴리스라인) 침범 등 불법행위를 법대로 처리키로 결정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시위대와 물리적 충돌을 피하려고 눈감아줬던 경미한 불법행위까지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취지다.

폭력을 휘두르거나 도로를 점거한 단체는 1년 또는 6개월가량 비슷한 내용의 집회신고를 못하도록 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강정마을 사태가 장기화되고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정치버스' 문제까지 겹치면서 공권력이 흔들리자 강경 대응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미국산 쇠고기 파동 이후 3년 만에'정치버스'시위대에 물대포를 발사했다. 지난달 25일 강정마을 주민들이 현지 경찰을 7시간 동안 억류한 것도 경찰이 강경 대응으로 돌아선 배경 중 하나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공권력이 무너지면 사회 발전은 요원해지니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야 한다"며 "사회 전반에 점차 준법의식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사법기관도 불법시위에 대해서는 형사 · 민사상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