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은 업으로 삼지 말라고?'세계적인 친환경 아웃도어웨어 제조업체 파타고니아(Patagonia)는 이 말에 정면 도전한 기업이다.

지난해 4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이 미국 기업은 최고경영자(CEO),임직원 할 것 없이 아웃도어 스포츠에 열심이다. 한여름이 되면 아예 전 직원 모두가 바다로 나가 서핑을 즐길 정도다. 사실 파타고니아의 출발 자체도 취미에서 비롯됐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등반가인 이봉 취나드(Yvon Chouinard)는 젊었을 때부터 등산을 즐겼고,등산 물품을 하나씩 직접 만들다가 1972년 파타고니아를 설립했다. 취미가 곧 업이 된 셈이다.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아예 채용 때부터 등산,카약,스키 등 아웃도어 스포츠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가려 뽑는다.

취미가 같은 사람들이 모였다고 해서 일도 잘할 수 있을까? 이들은 신제품을 만들 때 애써 고객의 마음은 어떨지 고민하지 않는다. 대신 '지난번 등산할 때 무엇이 더 필요하다고 느꼈었지?''기존 제품은 무엇이 불편했었지?' 등을 스스로에게 묻고 또 동료들과 의견을 나눈다. 파타고니아의 히트 상품인 암벽 등반용 반바지도 그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 직원들끼리 암벽등반을 하던 중 바지에 가려 발의 위치가 잘 보이지 않는 불편함을 서로 느끼게 됐다. 이들은 바지 아랫부분을 오려내는 실험을 감행했고,이후 반바지를 출시해 시장에서 열띤 호응을 얻었다.

파타고니아 임직원들은 취미가 모두 아웃도어 스포츠이다보니 또 하나 공통점이 생겼다. 환경 보호에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이윤을 줄이더라도 자연보호에 앞장서자는 데 뜻을 같이해 그린피스와 어스퍼스트(Earth First) 등 환경 보호 기관에 '지구 세금'이라는 이름으로 기부해오고 있다. 기업 이윤의 10% 또는 연 매출의 1% 중 더 많은 액수를 매년 낸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지만 조직에 속해 있다 보면 규칙에 얽매이게 되고 그러다 보면 취미가 생업으로 전락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파타고니아는 이를 막기 위해 눈치보지 않고 개인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제도를 두고 있다.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직원들은 한여름 낮에는 서핑을,한겨울 오후에는 스키를 즐길 수 있다. 또 가족을 위한 배려도 놓치지 않는다. 출산을 하면 남녀 구분 없이 2개월 유급 육아휴가를 받는다. 자녀를 둔 직원은 사내 보육원을 활용해 함께 점심을 먹는가 하면,학교 행사에 걱정 없이 참석할 수 있는 특별 휴가도 연 5일씩 주어진다.

좋아하는 아웃도어 스포츠 용품을 내 손으로 만들고 환경보호 파수꾼으로서 뿌듯함을 느끼는 파타고니아 직원들.직장과 가정 생활의 균형도 회사에서 보장해주니 업(業)이 즐거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파타고니아에는 빈 자리 하나만 나도 열정적이고 능력 있는 지원자 수천명이 기다렸다는 듯 원서를 낸다는 것이 빈말이 아니다.

줄리 킴 IGM 세계경영연구원 jskim@igm.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