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돔서 15만 관객 모으며 성장세 보여줘

"사내(SM엔터테인먼트, 이하 SM) 직원들이 도쿄돔 공연에 무척 고무돼 있어요."

지난 3일 일본 도쿄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SM 김영민 대표의 말 속에는 일본 진출 10년 만에 일궈낸 결실이라는 뿌듯함이 배어있었다.

보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등 SM 가수들이 지난 2-4일 도쿄돔에서 연 'SM타운 라이브 월드투어-도쿄 스페셜 에디션'의 티켓 총 15만석이 팔려나갔기 때문이다.

일본 내 역대 한국 가수 공연으로는 최다 관객 기록이다.

SM이 이 위치에 오르기까지 꼬박 10년이 걸렸다.

SM은 일본에서 K팝의 물꼬가 트이기 전인 2001년 보아를 시작으로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등을 성공적으로 데뷔시켰다.

그 결과 보아는 국내 가수의 해외 시장 첫 성공 아이콘이 됐고, 동방신기는 일본에서 국내 아이돌 그룹의 시장성을 입증시키며 후배 그룹들의 진출 발판이 됐다.

SM이 택한 일본 시장 전략의 변화와 성공 배경을 짚어봤다.

◇'현지 데뷔'에서 '진출'로 = SM이 일본 시장을 노크한 건 1998년 SES가 시작이지만 본격적으로 시장 진입에 나선 건 보아부터다.

보아의 데뷔는 현지 대형 음반사 에이벡스의 시스템을 통해 철저히 현지화 전략으로 이뤄졌다.

보아는 수년간 일본에 체류하며 일본어를 배우고 일본 작곡가가 만든 일본어 곡을 발표했다.

10년간 30장의 싱글과 7장의 정규 음반, 2장의 베스트 음반을 선보이며 해외 가수 사상 처음으로 '오리콘 음반 주간차트' 통산 7회 1위를 기록했다.

보아에 이어 2005년 데뷔한 동방신기도 같은 전략을 택했다.

이들은 32장의 싱글과 4장의 정규 음반, 1장의 베스트 음반을 내며 해외 가수 사상 처음으로 '오리콘 싱글 주간차트' 통산 9회 1위를 차지했다.

동방신기는 지난달 에이벡스 가수들의 합동 공연인 '에이-네이션(a-nation)'에서 톱스타 하마사키 아유미를 제치고 엔딩 무대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SM은 소녀시대부터 현지화를 통한 '데뷔'가 아닌 국내 시스템으로 제작된 콘텐츠로 '진출'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김 대표는 "보아는 현지화 전략이 콘셉트였지만 소녀시대부터 달라졌다"며 "보아는 일본 가수들과 같은 방식으로 시장에 진입해 데뷔의 의미가 중요했지만 지금은 카라 등 많은 가수들이 국내 콘텐츠로 현지에서 활동하니 진출의 의미가 더 크다"고 말했다.

실제 소녀시대는 이미 유튜브,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일본 내 잠재된 팬을 확보한 상태였기에 지난해 8월 2만2천명 규모의 쇼케이스를 열었고, 지난해 9월 국내 히트곡인 '지니(GENIE)'로 승부수를 띄웠다.

그런 결과, 지난 6월 발매된 소녀시대 1집은 국내 걸그룹 최초로 판매량 50만장을 돌파하며 해외 가수 첫 앨범 사상 최다 판매량을 기록하는 돌풍도 일으켰다.

일본 진출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의 성과였다.

◇다양한 라인업 구축…내년 전망 밝아 = SM은 일본 내 K팝 시장이 형성된 흐름에 발맞춰 활동 가수의 라인업 다양화에 박차를 가했다.

이 과정에서 에이벡스, 유니버설뮤직재팬, EMI재팬으로 파트너 음반사도 확장했다.

EMI재팬와 계약한 샤이니가 지난 6월 영국 런던 애비로드스튜디오에서 일본 데뷔 기념 공연을 열었고, 에프엑스는 내년 초 진출을 앞두고 있다.

또 슈퍼주니어는 국내 히트곡인 '미인(보나마나)'을 일본어 버전 첫 싱글로 출시, 음반 프로모션과 활동 없이 판매량 10만 장을 돌파하며 '오리콘 싱글 주간차트' 2위를 차지했다.

김 대표는 "보아와 동방신기가 닦은 토대가 샤이니, 에프엑스 등의 씨앗을 뿌리는 근거가 됐다"며 "SM 가수의 라인업이 늘어나 일본 시장의 안정성이 확보됐다.

동방신기가 1등의 길을 열어줬듯이 1등으로 불리는 콘텐츠를 내는 게 목표다.

내년부터는 시장이 더 밝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15만 관객 모은 힘은 콘텐츠 = 10년간 일본 시장에 공들인 결실은 SM 가수들이 '꿈의 무대'로 불리는 도쿄돔을 밟은데서 입증됐다.

공연장인 도쿄돔에는 3일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등을 보기 위해 장사진을 이뤘다.

장당 1만2천800엔(한화 17만9000원) 하는 티켓을 사기 위해 60만 여 명이 몰려 당초 2회 공연은 1회가 추가돼 3회로 연장됐다.

지난 4일 도쿄돔에서 만난 한 K팝 잡지 기자는 "SM이 일본에서 동방신기, 소녀시대 등 매력적인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쌓은 결과"라며 "매년 도쿄돔에서 열리는 일본 기획사 자니스의 '카운트다운' 합동 공연처럼 브랜드 파워가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도 SM 가수들이 일본에서 잇따라 성공한 비결로 콘텐츠를 첫손에 꼽았다.

그는 "일본에는 SM이 'SMP(SM Music Performance)'라고 통칭하는 스타일의 음악이 없다"며 "우리의 음악은 퍼포먼스와 결합했을 때 가수를 각인시키는 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SM타운 공연을 새로운 콘텐츠를 소개하는 채널로 활용해 향후 그 무대에 선 가수들의 개별 공연으로 발전시킬 것"이라며 "SM타운 공연은 결코 우리의 종착지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도쿄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