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최고의 히트 제품은 단연 스마트폰,스마트탭일 것이다. 휴대폰 크기의 스마트폰이 1년여 만에 국내에서 1000만대 이상 사용되는 시대를 맞았다. 우리는 역시 대단한 정보기술(IT),빨리빨리 민족이다.

스마트폰을 쓰면서 느끼는 불편 중 하나는 자판 입력이다. A를 치려고 했는데 그 옆의 Q,W,S 등으로 잘못 눌려지는 경우가 많다. 다시 치려면 번거롭다. 왜(why) 이렇게 설계했을까 분석해 보자.

A부터 Z까지 알파벳 문자들을 작은 화면에 모두 보여주기 위해서는 각 문자의 크기를 작게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 A를 선택해서 치기 위해서는 A문자 키의 크기가 손가락 크기만큼 커졌으면 좋겠다. 이를 정리해 보면,A를 찾을 때는 전체 알파벳을 다 보여주기 위해 A키의 크기는 작아야 한다. 그러나 A를 누를 때는 커야 편리하다. 이렇게 상반된 요구를 트리즈에서는 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해서 '물리적인 모순(physical contradiction)'이라고 부른다. 이럴 때는 시간으로 분리해서 각각의 상반된 요구를 만족시켜 주는 아이디어를 찾아 보라고 그 사례들과 함께 가이드해 준다. 이를 스마트폰에 적용해 보면,처음 화면은 키의 크기를 작게해 다 보여 주지만,시간이 지나 그 키를 누르는 순간이 오면 원하는 키를 크게 보여 주는 식이다.

삼성전자에서 몇 년 전 스마트폰보다 더 작은 손목시계 형 전화기(watch phone)를 개발했다. 당시 연구에 참여했던 한 연구원이 트리즈 원리를 배우고 그 아이디어를 적용,신기술을 만들어 특허 출원했다. 첫 화면에서 모든 알파벳 키는 작게 해서 다 보여주고,손가락 끝이 A키 근처에 가면 이를 센서로 감지해서 A키 근처의 Q,W,A,S 키 4개를 키워 누르기 좋게 확대해서 보여 준다. 사용자는 크게 확대된 알파벳 4개 Q,W,A,S 중에서 A를 누르면 된다. (그림)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멋진 아이디어 아닌가. 몇 시간의 트리즈 교육을 받은 뒤 '시간에 의한 분리'로 첨단 정보통신 제품의 원천 특허 기술 아이디어를 확보한 것이다.

필자는 10여년 전 이런 개념을 트리즈 원리를 활용해 찾은 뒤 한 IT 벤처 기업에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그러나 그 회사는 기술적인 어려움을 얘기하면서 필자의 아이디어를 활용하지 않았다. 어쩌면 애플 등 다른 IT 선진 기업이 필자보다 먼저 아이디어를 내 터치패널에 이 기능을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특허를 확보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한국의 벤처 기업이 이런 아이디어를 기술로 개발하고,특허를 내고,상용화했다면 지금 어떻게 됐을까. 요즘 이 기업이 어렵다는 말이 들린다. 그때 사장을 맡았던 사람도 지금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창의 · 창조의 시대에는 성숙하지 않은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것뿐만 아니라,실행에 옮겨서 구체적인 결과물을 창조해야 한다. '창의×실행=실제 결과물의 창조'라는 수식에서 아이디어만이 아니라 실행이 곱해져야 큰 결과물이 나온다. 어느 하나라도 제로(0)이면 최종 결과물도 제로다.

이경원 한국산업기술대 교수 · 한국트리즈학회 총무이사 lkw@kp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