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IT 대기업들이 신제품의 성공 또는 실패 여부를 판단하는 시점이 빨라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4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휴렛패커드(HP)는 최근 7주 만에 애플의 아이패드 경쟁제품으로 출시했던 태블릿PC '터치패드'의 생산을 중단했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해 휴대전화 '킨(Kin)'을 출시 48일 만에 단종시켰으며, 구글은 이메일과 메신저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통합한 구글 '웨이브'(Wave)를 77일 만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NYT는 이에 대해 최근 IT대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부문을 중심으로 할리우드식 대응을 흉내 내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모든 영화는 블록버스트(대박)를 꿈꾸지만 성공 여부는 개봉 직후 주말 실적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으로, 이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영화가 입소문에 의해 흥행에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MS의 X박스360은 2005년 출시됐을 때 닌텐도 위와의 경쟁 등으로 인해 고전했지만 회사 측이 오랫동안 포기하지 않은데 힘입어 지금은 가장 성공한 비디오게임 콘솔이 됐다.

하지만 지금은 IT기업들 사이에 그같은 끈기가 없어졌다.

이는 최근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신제품에 대한 각종 사용후기를 쏟아내는 IT블로거들과 트위터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영화 개봉 직후와 마찬가지로 출시 초기 사용후기에 혹평들이 쏟아져 나오면 이를 만회하는 것이 쉽지 않아 아예 사업을 접어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또 신제품을 사기 위해 밤새 줄을 섰다가도 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곧바로 관심을 거두는 최근 소비자들의 성향도 이 같은 제품사이클 단기화에 일조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대박 제품이 아닌데도 치열한 경쟁시장에 남아있게 될 경우 소요되는 각종 비용을 절감하는 차원에서도 실패로 판단되는 제품의 단종시기를 앞당기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임상수 특파원 nadoo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