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디폴트 우려가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블랙스완(예측하기 힘든 충격)이 나올 수도 있다'는 우려다. 이에 따라 가격 변동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을 찾아 시중자금이 적극적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외국인은 선진국에 비해 금리 매력과 재정건전성이 뛰어난 우리나라 국고채 매수에 열을 올리고 있고,국내 기관들은 지난 2년간 가격이 많이 오른 주식과 국채시장에서 벗어나 회사채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증시에선 변동성이 작고 안정적인 현금을 챙길 수 있는 배당주가 '피난처'로 주목받고 있고,관련 펀드들의 수익률도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웃돈다.

◆5% 이자 준댔더니 '우르르'

대한항공은 지난주 30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입찰을 실시하다 예상외의 뜨거운 반응에 깜짝 놀랐다. 조달 계획의 4배가 넘는 1조2000억원의 투자자금이 몰린 것이다. 대한항공은 당초 계획을 크게 수정해 필요 자금의 두 배인 60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키로 확정했다. 입찰에 참여한 관계자는 "5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연 4% 수준까지 낮아지면서 대한항공 회사채(5년 만기 연 5.03%)에 관심이 집중됐다"고 진단했다.

GS도 지난주 회사채 2000억원 입찰 과정에서 계획을 변경했다. 기관들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는 바람에 금리가 낮은 2년 만기 회사채 발행 계획을 취소하고 전액 3년 만기물로 대체했다.

기관들이 이처럼 회사채 투자에 높은 관심을 쏟는 이유는 금리 하락(국채 가격 상승)으로 인해 국채의 투자 매력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고금리를 찾아 들어온 외국인의 공격적인 매수세가 '그린스펀 수수께끼'(기준금리를 올려도 수급 영향으로 장기 금리가 오르지 않는 상태) 현상을 불러왔다는 진단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지난해 7월 연 2%에서 3.25%까지 오르는 동안 국고채 5년물 금리는 되레 0.38%포인트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선진국의 부채 문제가 위험 자산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면서 투자자들이 주식 등 변동성이 높은 상품을 피하고 '확정형' 고금리 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자금 흐름의 지배적인 현상은 고금리 확정 수익 상품에 베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 보고서에 따르면 이머징마켓 채권형펀드에는 지난 20일까지 한 주 동안 5억35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이 중 3억2200만달러는 환차익을 노리고 현지 통화로 투자하는 펀드다. 반면 이머징마켓 주식형펀드에선 같은 기간 11억달러가 빠져나갔다.

◆배당주에 관심 가질 시점

주식시장에서는 연말에 높은 배당을 주는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배당주는 시장이 상승할 때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지만 코스피지수가 하락할 때도 낙폭이 크지 않아 방어적 성격을 가진다. 최근 3개월 동안 국내 주식형펀드가 -5.25% 수익률로 부진에 빠져 있는 동안 배당주펀드(설정액 10억원 이상)는 평균 -4.04%로 상대적으로 나은 모습을 보였다. 최근 한 달 수익률은 배당주펀드가 3.30%로 국내 주식형펀드(2.21%)를 앞섰다.

특히 8월은 배당주를 매수하기에 좋은 시기라는 분석이다. KB투자증권이 매수 시점부터 연말까지 주식 보유시 수익률을 분석한 데 따르면 배당주 수익률은 8월에만 코스피지수를 웃돌았다. 지난 6년간 배당을 지급한 27개 종목을 배당주로 묶어 분석한 결과다.

8월에 배당주를 매입하면 지난 6년간 코스피지수보다 평균 0.1%포인트 높은 수익을 연말에 거둘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김수영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주에 대한 관심은 통상 9월부터 시작되는데 한 달 일찍 매수하면 수익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KT가 지난해 2410원을 배당한 데 이어 올해도 2570원의 높은 배당 성향을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증권사들은 KT&G 모토닉 한샘 등도 3% 이상의 배당수익률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이태호/노경목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