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우량 저축은행에 할부금융업 진출을 허용하고 영업구역 안에서 여신전문 출장소를 3개까지 세울 수 있도록 하는 소위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지방 저축은행에 대해선 총대출의 50% 이상인 지역 의무대출 비율도 40%로 낮춘다고 한다. 저축은행들이 업무범위와 영업망 확대를 통해 덩치를 키울 수 있게 또 규제를 풀어주려는 것이다.

저축은행의 본령은 지역밀착형 금융의 활성화다. 해당지역의 서민과 소기업에 금융을 지원하는 것이 본업이 돼야 하며 그렇게 하려면 지역밀착형 금융업체로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급선무다. 금융당국의 지원 역시 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런 점에서 금융위의 이번 조치는 그 방향성이 잘못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할부금융업은 주택 자동차 등의 구매자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지역금융 활성화와는 거리가 멀다. 더욱이 금융위는 저축은행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해 정기예금 의존도를 줄이고 보통예금 비중을 높여야 한다면서 5~10년짜리 장기사업인 할부금융업을 허용하는 모순된 조치를 내놓고 있다. 할부금융은 구조가 복잡하고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며 장기간에 걸친 금융이라는 면에서 지역기반 금융회사인 저축은행의 본질에 맞지 않다.

저축은행의 부실이 지금같이 커진 데는 금융당국의 무원칙적인 규제완화 탓이 크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우량 저축은행이라며 8 · 8클럽 같은 것을 만들어 기업대출 규제를 풀어줬던 결과가 막대한 부동산 PF대출이었다. 명칭변경, 예금보호 확대, 비과세상품과 후순위채권 발행 허용,그리고 공과금 수납 같은 신규 업무 허용이 저축은행을 덩치만 조금 작을 뿐인 상업은행처럼 만들어 부실을 잉태하는 원인이 됐다.

당장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본업과 관계없는 신규 업무 허용과 외형 키우기를 위한 규제완화를 남발하는 건 결코 해결책이 못된다. 이번 조치가 안통하면 앞으로 펀드판매와 비과세상품 확대 등까지 허용하며 종합금융업체처럼 만들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현재 할부금융업체만 42개나 돼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