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들의 말이 어지럽다. 현란한 전문용어와 비유들이 넘쳐난다. 직격탄을 날리는 어법들도 터져나온다. 어제도 그랬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6월 고용동향의 취업자 개선을 '즐거운 서프라이즈'로 평가하고,한국의 모든 분야가 K리그에서 G리그로 발돋움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연 설명이 있어야 이해가 될 만한 얘기들이다. 코스닥협회 조찬 강연에 나선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대기업의 직원 평가 때 구매단가 인하는 빼라" "이명박 정부에 대한 이유없는 비방은 지식인의 자세가 아니다"라며 거친 단어들을 퍼붓다시피 했다. 열정의 표출이라고는 보지만 이런 화법이 진정성을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박 장관은 특히 그렇다. 물가잡기와 관련해서는 '콜렛-헤이그 규칙(Corllet & Hague Rule)''하이 로드(high road)/로 로드(low road)'등 난해한 용어에서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탐고지삼(貪賈之三) 염고지오(廉賈之五)'까지 인용됐고, 등록금 문제에 대해선 '다차원의 동태적 최적화 함수를 푸는 과정'이라는 단어가 동원됐다. 장관의 박학다식이야 환영할 일이지만 국민들로서는 거부감부터 갖지 않을지 걱정된다. 최적과세소비이론인 콜렛-헤이그 규칙을 공공요금에 적용하자는 이 장관의 주장이었지만 도로통행료에 이 규칙을 그대로 들이댈 경우 혼잡비용 이론에 근거한 기존의 통행료 요금체계와 당장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알아듣기도 어렵다. 더구나 자가당착에 빠질 위험도 높다. 박 장관은 자율을 의미하는 하이 로드로 가겠다고 말했지만 정작 음식점 주인들을 불러 모아 가격조사를 하겠다고 다그친 것이 그런 사례다.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말로 국민들에게 메시지를 진지하게 전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 장관의 말은 갈등을 오히려 증폭시키는 경우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과 치고받는 말싸움을 벌인 것은 보기에도 민망하다. 정유사들에 대해서는 "나는 회계사다. 원가계산을 해보겠다"고 했지만 결과는 앙금과 상처만 키우고 있다. 장관의 말은 쉽고,간결하고,정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