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감사관실 감사결과 보고..해병사단 구타의심 환자 943명
지휘관이 은폐ㆍ축소하기도

해병대 내부에서 구타와 폭력, 가혹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나 이를 제재해야 할 지휘관들이 오히려 축소ㆍ은폐하기에 급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국방부 감사관실이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해병대 구타 관련 감사결과'에 따르면 국방부 감사관실은 지난 3월 "해병 연대에서 상습적인 구타와 가혹행위가 자행됐고, 지휘관들이 사건을 축소ㆍ은폐하려 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현장조사 결과 발표 직후 해병대사령부와 해병 제 1ㆍ2사단에 대해 일주일간 감사를 벌였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해병 제1사단 모 연대 00대대에서는 지난해 8월 중순 A상병이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B이병을 주먹과 발로 30~40차례 때려 전치 5주의 `다발성 늑골 골절'을 입혔지만 대대장은 연대장에 보고하지 않은 것은 물론 헌병대에도 신고하지 않았다.

중대장은 입원 중인 B이병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을 축소 진술토록 했다.

제1사단 감찰실은 나아가 피해자인 B이병의 실명 등이 자세히 기록된 보고서를 사단 전 부서에 발송하는 바람에 공람이나 게시판 게시 등울 통해 B이병의 신분이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같은 연대 00중대에서는 지난해 12월 중순 C일병이 `선임기수를 못외운다'는 이유 등으로 D이병의 얼굴과 가슴 등을 7차례 때렸지만, 중대장과 소대반장은 D이병에게 사건을 은폐ㆍ축소토록 회유했다.

이 중대에서는 같은 해 7월 선임병들이 `화장실 청소불량'을 이유로 E이병의 가슴과 허벅지를 때렸지만 행정관은 가해자를 구두 훈계하는데 그쳤고, 이후 가해자는 "니가 찔렀느냐"며 E이병을 더욱 심하게 폭행했다.

특히 해병대사령부는 인권위의 현장조사 사실을 상급 부대인 해군본부와 국방부에 보고하지 않아 해병대사령관 및 관련자들이 경고 조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군감찰규정에 따르면 각 부대장은 외부기관에서 검열(감사)을 실시하기 위해 부대에 도착했을 때는 참모총장에게 보고토록 돼있다.

감사관실은 이와 함께 해병 제1사단 사병 5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성추행 1건과 가혹행위 1건, 구타 4건 등 총 6건이 보고됐고, 해병 제2사단 34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3건의 구타ㆍ가혹행위가 보고됐다고 밝혔다.

또 지난 2009년부터 올해 3월25일까지 해병 제 1ㆍ2사단의 병원진료기록을 확인한 결과 구타로 의심될만한 고막 천공 등의 증상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가 943명에 달했다.

감사관실은 "구타와 가혹 행위가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가해자와 피해자간 격리 근무, 구타ㆍ가혹행위 발생시 수사의뢰 및 축소ㆍ은폐한 지휘관에 대한 가중처벌 등을 제안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