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 고위직 속속 진출…첫 주한대사 내정
연방 의회는 여전히 '불모지'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내년 핵안보 정상회의 개최 등으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에서도 한인 엘리트들이 속속 주류사회에 진입하면서 영향력을 키워가는 모습이다.

미국 이민역사 100년을 넘기면서 이민 2,3세들이 사회 각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물론 백악관과 행정부 요직에도 잇따라 발탁되고 있어 국가적 위상제고와 함께 한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역시 양국 수교 이후 129년만에 처음으로 한국계 주한 미국대사에 내정된 성 김 6자회담 특사.
앞서 중국계인 게리 로크 상무장관이 주중 미국대사로 발탁된 바 있으나 아시아 국가 이민자 후손이 출신국 대사의 자리에 오르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인사로, 아시아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새로운 인선 스타일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이해 상충' 가능성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으나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의 시스템을 감안하지 않은 기우"라면서 "그만큼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성 김 특사 외에도 국무부에는 조셉 윤, 제니퍼 박 스타우트 부차관보 등이 핵심 요직을 차지, `자랑스런 한국인'으로서 이름을 떨치고 있다.

또 고홍주(해럴드 고)씨가 국무부 법률고문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형인 경주(하워드 고)씨는 보건부 보건담당 차관보를 맡고 있다.

이들 형제의 부친은 장면 정권 당시 주미대사관 공사로 일하다 5.16 군사정변 이후 미국으로 망명한 고(故) 고광림 박사다.

이와 함께 리아 서 내무부 정책관리 및 예산담당 차관보, 과거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를 지낸 강영우 박사의 아들 크리스토퍼 강 백악관 특보 등도 대표적인 젊은 한인 세대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선임보좌관을 지낸 필립 윤 아시아재단 자원개발담당 부총재도 미 행정부 내에서 끊임없이 발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한국계 인사다.

이밖에 올초에는 미 해병대 소속 한인 대니얼 유 대령이 준장 진급자로 지명돼 미국 정규군에서 첫 한인 장성이 배출되는 등 군(軍) 내에서도 한인 출신이 고위직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한인 후보들이 대거 당선되긴 했으나 의회는 여전히 `불모지'로 남아있다.

지난 1992년 캘리포니아주 연방 하원의원으로 3선을 한 김창준 전 의원이 있었지만 연방 상.하원에는 현재 한인 출신 의원이 1명도 없는 상태다.

이는 하와이에서 9선 고지에 오른 대니얼 이노우에 의원 등 일본계 출신이 의회에서 입지를 확보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그러나 신호범 워싱턴주 상원의원이 4선 고지 등정에 성공했고, 마크 김 의원이 버지니아주 하원의원 재선 도전을 선언하는 등 지방의회에서는 한인들의 진출이 점차 활발해지는 양상이다.

이밖에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종신교수인 문영미 교수, 구글의 콘텐츠파트너십 총괄부사장을 지낸 데이비드 은, CNN 헤드라인 뉴스 앵커로 활약했던 소피아 최 등 재계와 학계, 언론계 등에서는 이미 한인들의 약진이 새로운 일이 아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승관 특파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