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E in FUND]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신흥국 채권 다시 관심
미국이 양적완화 정책 종료를 앞둔 가운데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불거지면서 대외 환경에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되면서 해외 채권형 펀드가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안정적이면서도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신흥국 채권의 매력이 부각되는 모습이다.

◆자금 흘러드는 신흥국 채권형 펀드

일본 대지진 이후 해외 채권형 펀드에 자금이 흘러들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새로 들어온 돈은 6000억원이 넘는다. 올 들어 국내 채권형펀드에서 4000억원 이상이 빠지고,해외 주식형펀드에서도 4조원 이상이 이탈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순영 IBK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채권의 인기가 높아졌다"며 "국내 채권형펀드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냈던 투자자들이 해외 채권형펀드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채권형 펀드 중에서도 특히 신흥국 채권 펀드가 주목을 받고 있다.

신흥국 증시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신흥국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는 부진한 수익률을 내 돈이 빠지고 있는 데 비해 신흥국 채권 펀드에는 최근 9주 연속 글로벌 투자자금이 몰려들었다. 신흥국 채권이 갖는 투자 매력이 다시 부각되는 분위기다.

이처럼 신흥국 채권에 돈이 흘러드는 것은 높은 수익률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3개월간 신흥국채권펀드 수익률은 4.3%를 나타냈다. 특히 남미신흥국채권펀드 수익률은 6.1%에 달했다. 글로벌채권펀드 3.1%,북미채권 및 글로벌하이일드채권펀드 2.6%,아시아채권펀드(일본 제외) 2.2% 등 다른 해외 채권펀드들도 선방했지만 신흥국 채권펀드의 수익률이 단연 돋보인다.

◆금리 인상과 환손실 주의해야

채권은 주식에 비해 안정성이 뛰어나 '위험회피형'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인 투자 상품이다. 특히 신흥국 채권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데다 최근 통화가치가 강세를 보임에 따라 환차익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달러화표시 채권펀드보다는 현지통화표시 채권펀드가 이 같은 이점을 두루 갖추고 있어 변동성이 높은 시장 속에서 안정적인 수익처로 각광받고 있다.

원소윤 푸르덴셜투자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해외 채권형펀드의 경우 전통적인 주식과 채권의 중간 정도 위험 성향을 지닌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최근 펀드 유형별 성과를 살펴보면 해외 채권형 펀드는 주식시장이 약세장일 때 상대적으로 높은 방어력을 보이고 있으며, 강세장일 때도 다른 유형의 펀드에 비해 견조한 흐름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진국의 재정위기와 이머징국가의 펀더멘털 개선 등으로 고금리의 신흥국 채권에 대한 수요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신흥국의 금리 인상 기조와 환율 변동을 주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물가 상승으로 금리 인상 압력을 받고 있는 신흥국들이 많다. 금리 상승은 채권가격의 하락을 의미하는 만큼 금리를 올리면 채권형펀드의 수익률은 떨어지게 된다.

환손실도 복병이다. 현지 통화 강세를 이용해 환차익을 추구하는 현지통화표시채권펀드의 경우 높은 환율 변동성에 노출되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에 따라 신흥국 채권펀드는 주식시장 변동성이 높은 시기에 자산배분 차원에서 투자액 중 일정 부분만을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