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합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

1일 감사원의 한 고위 관계자는 잇따른 감사위원의 비리 의혹에 대한 내부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국가 최고 감찰기관'의 자부심은 온데간데없는 모습이었다.

은진수 전 감사위원의 비위 사건이 처음 터질 때만 해도 감사원은 느긋한 모습이었다. '개인적 비위사건'으로 치부했다. 그러나 다른 고위 관계자들에 대한 의혹이 연달아 불거지면서 뒤늦게 태스크포스(TF)를 만드는 등 부산을 떨고 있다. 직원들은 감사원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며 얼굴을 떨구고 있다.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됐을까. 전직 고위 관계자는 먼저 인사 시스템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대통령이 좌지우지하는 감사원의 위상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대통령은 감사원장으로부터 감사 진행현황에 대해 수시로 보고받는다. 차관급인 감사위원에 대한 인사권도 쥐고 있다. 특히 외부에서 영입하는 세 명은 '입맛대로' 뽑을 수 있다. 이렇게 뽑힌 위원들은 '정권 로비의 창구역할'에 노출되기 쉽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은 전 위원을 비롯 노무현 정부 시절 비위 의혹을 받은 김용민 · 이석형 전 위원 모두 외부 출신이었다.

"감사원장 임기가 대통령보다 1년 짧고 임명도 대통령이 하는데 세계적으로 이런 나라는 없다" "선진국은 10~15년의 임기를 보장해 줘 정권교체 여부와 상관없이 독립성을 갖게 한다"(김명수 한국외대 교수) 등의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바로 이래서다.

감사원 관계자도 "TF를 운영하고 있지만 논의 대상에 한계가 있다"며 "결국 개혁은 국회 국정감사 결과에 따라 휘둘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일각에서는 감사원이 대통령 직속으로 있는 한 어떤 개혁안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완전히 독립기구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오재일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회가 나선 만큼 이번엔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땅바닥까지 떨어진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감사원에 제도적이고 구조적인 '대수술'이 필요해 보인다.

남윤선 정치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