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도 더운데 옷 벗으시죠.""이 사람아,인사철에 그런 말을 함부로 하면 어떡하나. "

최근 지식경제부 공무원들과 기자들의 식사 자리에서 선 · 후배 공무원들 사이에 오간 대화다. 날이 더우니 양복 재킷을 벗고 식사를 하자는 후배의 별 뜻 없는 제안을 선배 공무원이 실없는 농담으로 받아친 것이다.

하지만 요즘 지경부의 분위기를 보면 농담으로만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지난 17일 1,2 차관이 한꺼번에 바뀌면서 조만간 1급 인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지경부 국장의 말을 빌리면 공무원 인사는 '나비의 날갯짓'과 같다고 한다. 고위급 자리 한 곳만 바뀌어도 국 · 과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이 연쇄적으로 이동하는 '인사 태풍'에 휘말리게 된다. 그런 판에 6곳의 1급 자리가 모두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 전체 조직이 술렁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일하는 분위기마저 사라졌다는 점이다. 어느 조직이나 인사를 앞두고 어수선한 기류가 생겨나곤 하지만,최근의 지경부 분위기는 심하다는 느낌이 든다.

"요즘 지경부에서 일하는 사람은 장관과 새로 바뀐 차관 둘밖에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정도다. 지경부 주간 업무계획을 들여다보면 '지난주 실적'과 '다음주 계획' 칸에 특별한 내용을 찾아보기 힘들다. 정례화된 회의나 업무협약식이 대부분이다.

기자들을 만나도 화제는 온통 인사 문제다. 통상 기자들은 질문을,공무원들은 답변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요즘 들어선 기자들이 질문을 받는다. 며칠 전에 만난 한 과장은 "혹시 우리 국장님 소식 못 들으셨습니까. 이젠 자리를 옮기실 때가 됐는데 통 소식을 알 수가 없네요"라며 기자들이 갖고 있는 정보를 캐물었다. 국장 승진을 코앞에 둔 또 다른 과장은 "실장님(1급)들 인사 소식이 들리면 문자 좀 주십시오.전화를 주시면 옆에 누가 있을지도 모르니까요"라며 간곡하게 부탁해왔다.

아무리 대대적인 인사를 앞두고 있다지만 "해도 너무한다"는 느낌을 떨치기 어려운 풍경이다. 최중경 지경부 장관이 최대한 빨리 인사를 끝내는 방법밖에 없어보인다.

박신영 경제부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