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소비자는 현명하다. 소비자들은 제품구매에 앞서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정보를 접하고 물건을 구매한다. 이런 소비자들의 구매 행태를 보면 최근 최첨단 기술을 적용한 복잡한 제품보다 단순하면서도 안전한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생활수준이 높아질수록 안전성이 확보된 제품을 찾는 소비자의 욕구는 점점 강해질 것이다.

실제 글로벌 경쟁시장에서 안전과 관련한 품질 사고는 대형 리콜사태로 이어져 기업의 이미지 손상은 물론 매출감소 등 경영의 위협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이 발달하고 소비자 불만을 대변하는 단체들이 많은 현대 사회에서 품질결함이나 제품안전 사고는 전 세계에 급속도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기업경영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국내외적으로 발생하는 일련의 안전사고를 보면 아무리 글로벌 첨단 기업이라 하더라도 품질결함을 완벽하게 막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최근 들어 기업의 경영환경이 시대의 조류에 따라 급속히 변하고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세계경기 둔화 우려와 고유가의 어려운 현실 속에서 신성장 동력의 패러다임 변화에 부합하는 새로운 품질전략으로 기업경쟁력을 강화하고,세계 경제의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경영 전략이 시급하다.

얼마 전 발생한 일본 도호쿠 대지진으로 주요 부품소재 공급처 역할을 하던 일본 기업으로부터 부품 공급이 줄어 공급사슬이 무너지는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광학기기 등 대일(對日) 부품 소재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도 생산차질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또 최근 국내 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에서 조업중단 사태가 벌어져 자동차 산업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것을 보며 부품공급선 다변화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부품 공급처를 바꾸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당장 다른 부품공급선을 찾는 것도 쉽지 않거니와 설령 찾았다 해도 완제품의 성능을 담보할 수 있는 부품을 조달받는 것은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과 같이 수많은 부품 조립을 필요로 하는 제조업 특성상 일부 핵심 부품의 공급 결여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한다.

경영상의 금전적 손실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공들여 쌓아올린 브랜드 이미지,국내 소비자 및 해외 딜러와의 신뢰관계가 일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지난해 글로벌 생산체제의 품질문제로 곤혹을 치른 도요타 사태와 뜻하지 않은 자연재해로 부품 공급망에 문제가 생겨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글로벌 기업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부품조달 시스템 구축과 대기업 및 협력사 간 신뢰를 바탕으로 한 상생 정신이 절실하다.

제품의 품질은 완성품 제조기업의 품질 개선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대기업과 1 · 2 · 3차 협력사로 이어지는 부품공급 사슬, 즉 전 생산라인에서 품질관리 고리가 확고하게 유지될 때 완제품의 품질향상이 가능하다. 글로벌 아웃소싱도 지나친 원가절감 위주의 품질관리 활동에 치중한 나머지 자칫 소비자의 안전이 간과돼서는 안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완제품 제조 기업과 협력기업 간 상생품질을 위해 26일 열리는 '2011 코리아 CQO(Chief Quality Officer) 서밋'이 주목된다. 이번 포럼이 대기업과 협력사의 품질책임자들이 모여 상생품질 문화를 앞당기고 우리 산업계의 부품공급 사슬을 견고하게 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기존 기업 간 경쟁에서 공급체인에 관련된 협력기업군 간의 경쟁으로 변화하고 있는 지금,부품 공급망 관리를 위한 대기업의 노력과 협력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이들이 머리를 맞댈 때 대기업과 협력사가 함께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상생품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최중경 < 지식경제부 장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