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칠성사이다,쏘나타,신라면,동원참치,바나나맛우유,맥심….

수십년간 소비자들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아온 국내 대표 장수 상품 브랜드들이다. 장수 상품은 저마다 히트 상품을 꿈꾸며 하루에도 무수한 신상품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이들 상품의 인기는 실물경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불황에 더 빛이 난다. 연간 수천억원대의 매출을 올려주며 제조업체에 안정적인 이익을 안겨 준다. 소비자들이 지갑이 얇아지면 새로운 상품보다는 친숙하고 믿을 만한 상품을 선택하는 덕분이다. 신제품에 비해 연구개발비나 마케팅비 부담이 적게 들어 이익률도 높다. 업체들이 장수 히트상품을 내기 위해 매진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장수 인기상품의 비결로 크게 △새로운 시장 개척 △제품의 핵심인 '품질'에 충실 △지속적인 혁신을 통한 브랜드 생명력 유지 등 세 가지를 꼽는다.

국내 참치 브랜드의 대명사인 '동원참치'는 1982년 12월에 출시돼 7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30년 가까이 참치캔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성공의 이면에는 미지의 시장을 연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의 혜안이 있었다. 김 회장은 참치캔이 1인당 국민소득 2000달러가 넘는 국가에서 주로 팔린다는 점을 파악,한국인의 1인당 소득이 1800달러대였던 당시 제품 출시를 결정했다. 통조림하면 기껏해야 꽁치통조림만 알던 당시에 참치캔은 새로운 고급식품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했다. 동원참치는 시장을 선구적으로 개척한 덕에 연간 2억개 넘게 팔리는 빅히트 상품이 됐다.

올해로 탄생 50주년을 맞은 동아제약의 박카스는 변치 않는 맛과 품질에 힘입어 '국민 건강 음료'가 됐다. 박카스 개발의 주역인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은 술과 과로에 시달리던 1960년대에 간기능 강화효과가 있는 타우린 성분에 비타민 등을 섞은 건강음료를 내놨다. 국내 제약업계에서 타우린을 활용한 최초의 건강음료가 바로 박카스다. 회사 관계자는 "한 병의 박카스를 만들기 위해선 30여가지의 공정과 품질 검사를 거쳐야 한다"며 "철저한 품질관리가 장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로 61돌을 맞은 칠성사이다는 반세기 넘도록 국내 음료시장을 장기 집권해온 '국민 음료'다. 환갑을 넘기는 동안 170억병 넘게 팔렸고,지난해 칠성사이다 한 품목이 올린 매출만 3000억원에 달한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1등 제품의 맛에 익숙해지면 좀처럼 그 취향을 바꾸지 않는다"며 "소비자들이 칠성사이다를 사이다 본래의 맛으로 느끼는 게 부동의 1위를 지키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칠성사이다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친환경 제품'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알루미늄 캔을 사용해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생산공정을 개선하는 한편 저탄소상품 인증을 추진 중이다.

심 신라면은 1986년 처음 출시된 이래 라면시장의 황제 지위를 지키고 있다. 특유의 매운 맛으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신라면은 시기에 따라 매운 맛의 강도를 변화시키며 소비자의 욕구에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외환위기 때는 매운 맛의 강도를 눈에 띄게 높이기도 했다. 스트레스가 심할수록 더 매운 맛을 찾는 소비자들을 고려해서다.

1985년 탄생한 현대자동차의 쏘나타는 국내 중형 세단의 발전사를 그대로 보여준다. 1985년 1세대를 시작으로 지난해 6세대까지 지속적인 혁신과 첨단기술 적용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늘 신선한 매력을 선사해 왔다. 1980년 첫선을 보인 동서식품의 커피브랜드 맥심도 마찬가지다. 동서식품은 소비자의 선호도 변화에 맞춰 지속적으로 신제품을 내놓았다. 매년 100건 이상의 시장조사를 벌이고 이를 바탕으로 4년마다 한 번씩 맛,향,패키지,디자인 등에 변화를 준다. 웰빙 트렌드를 반영한 '맥심 웰빙 폴리페놀 커피',다이어트에 민감한 여성을 위한 '맥심 웰빙 2분의 1 칼로리 커피믹스' 등이 이런 과정을 통해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시대를 앞서가는 혜안,소비자 심리 및 시장 변화에 따른 발 빠른 대응,꾸준한 품질력 향상 등이 장수 상품의 공통적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