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도지사 선거 분위기에 파묻혀

27일 막을 내린 4·27 재보선에서는 전국에서 6곳의 기초자치단체장과 5곳의 광역의원, 23곳의 기초의원을 다시 뽑는 선거가 실시됐다.

하지만,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대리전이 되다시피한 국회의원과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열기에 묻혀 이들 지역의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광역의원 선거는 후보자 간 대결구도가 치열하게 전개된 일부 선거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유권자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울산 중·동구청장은 유권자들의 관심도는 지난해 6·2 지방선거보다 떨어졌다.

투표를 마감한 결과 동구청장 선거의 투표율은 47.5%로 지난 6·2 지방선거 때 최종 투표율 57.8%에 미치지 못했다.

중구청장 선거는 31.6%로 지난해 55.1%에 크게 모자랐다.

유권자의 무관심은 선거운동 기간부터 이미 감지된 터라 재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 측은 "선관위가 선거위반 사범 단속뿐만 아니라 선거 관심을 높이고 투표를 독려활동을 더 해야 한다"는 볼멘소리를 한 일도 있었다.

중구의 한 부동산중개소에서 일하는 김순옥(55.여)씨는 "재선거 자체가 한마디로 식상하다"며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을 알지도 못해 투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군수 재선거가 치러진 충남 태안군에서도 4명의 후보가 나서 각축을 벌였지만, 최종 투표율은 52.2%로 선거 분위기는 그다지 달아오르지 않았다.

선거기간 태안읍 구 터미널 일대에서 연일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여야 주요 정당의 지원유세가 열렸지만 모여든 유권자들은 100명을 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태안읍 국민은행 태안지점 옆에서 휴대전화 가게를 운영하는 신모(33)씨는 "지난해 6·2 지방선거 때도 투표를 하지 않았고, 이번에도 투표장에 가지 않았다"면서 "선거유세로 소란스러워 영업에만 방해됐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농민 김모(61)씨도 "가뜩이나 경기가 어려운데 수십억원을 들여 재선거하는 것이 못마땅하다"고 말해 선거가 관심을 끌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 4명이 출사표를 던졌던 양양군수 재선거도 투표율이 66%로 다소 높게 나타나기는 했지만, 중앙 정치권의 대리전이 되다시피한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 밀려 분위기가 살지 못했다는 평가다.

선거기간 내내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표를 비롯해 각 당의 당직자들이 잇따라 방문하면서 같은 당 소속의 후보자 지원운동을 펼쳤지만, 군수 후보보다는 도지사 후보 홍보에 집중하는 바람에 군수선거는 뒷전으로 밀렸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양양읍내 시장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최모(46)씨는 "도지사 보궐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는 바람에 군수재선거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관심도가 집중되지 못하고 분산됐다"며 "때문에 과열 양상을 보였던 지난해 6.2 선거와는 전혀 다른 차분한 분위기에서 선거를 치른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전남 화순군수 재선거는 기초단체장 선거지만 부부 군수(임호경-이영남) 출신인 무소속 임호경 후보와 민주당 홍이식 후보 간 사실상 양자대결이 되면서 지역민들의 관심은 다소 높았다.

이를 반영하듯 투표율은 62%에 달했다.

지역민 서모씨는 "애초 형제 군수(전형준-전완준)와 부부 군수 대결로 예상됐던 선거가 전형준 전 군수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민주당 홍 후보를 지지해 선거양상이 과열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기초·광역의원은 사정이 더했다.

충북도의원 제천 2선거구의 투표율은 29.6%로 작년 6월 제5대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59.2%에 크게 떨어졌다.

제천시의회 '가' 선거구는 40.1%, 청원군의회 '가' 선거구는 43.6%로 선관위 예상 투표율(40%)을 간신히 넘겼다.

기초의원 3명을 선출하는 대구에서도 많은 시민이 선거에 무관심한 결과 투표율 16.5%로 전국 최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이날 대구지역 기초의원 재보선 투표율은 서구 '가' 16%, 달서구 '라' 15.5%, 달서구 '마' 18.5% 등으로 잠정 집계됐다.

재선거가 치러진 경기도 고양시 '바' 선거구는 투표를 마감한 결과 기초의원선거에 대한 무관심 속에 15.6%(잠정집계)의 극히 저조한 투표율을 보였다.

이는 투표가 평일에 진행된 데다 오전에 비까지 오면서 유권자들이 투표장을 외면한 탓으로 일산 동구선관위는 분석했다.

선관위는 당초 20%의 투표율을 기대했지만, 투표율 제고에 안간힘을 썼음에도 기대치에 크게 못 미쳤다.

반면 경북 예천 '라' 기초의원 선거에서는 전체 선거인수 9천900명 중 6천279명이 투표하는 등 63.4%를 기록해 이례적으로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이종건 노승혁 김근주 홍창진 우영식 이은파 김명균 기자)

(전국종합=연합뉴스) mom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