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너무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1분기 경제성장률은 9.7%로 두 자릿수에 육박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CPI)은 5.4%로 32개월 만의 최고치다. 경기는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고 물가는 너무 높다는 뜻이다. 중국 정부가 작년 10월 이후 4차례 금리를 올리고 은행 지급준비율은 작년 1월 이후 9차례 인상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물가 산정 방식을 변경하는 비상 수단도 소용이 없었다. 고강도 긴축이 시행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궈(過)와 가오(高)'의 경제

1분기 산업생산은 14.8% 늘면서 14.0% 수준인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소매판매도 17.4% 증가해 예상치인 16.5%를 넘어섰다. 고정자산 투자 역시 과잉 투자의 기준점인 25%를 웃돌았다. 중국 발전개혁위원회는 올해 철강 생산량이 7억t을 넘어서 공급 과잉에 이를 것이라고 15일 경고했다. "경기는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속도로 데워지고 있다"(류난 JP모건홍콩 연구원)는 지적이다.

물가 불안은 더 하다. 중국의 소비자물가는 작년 11월 5.1%까지 오른 뒤 지난 2월까지 3개월간 5% 아래에 묶였지만 지난달 0.5%포인트 급등하며 다시 5%를 넘어섰다.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3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3조447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4% 늘어났다. 미국의 양적완화 지속으로 인한 핫머니 유입으로 유동성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 등 원자재 가격이 여전히 불안하고 작년 말과 올초 중국 각 지방정부가 최저 임금을 올린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어 물가 오름세는 점점 더 가팔라지고 있다.


◆"모든 수단 동원하겠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최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책의 최고 우선순위는 물가 관리에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 주말엔 처음으로 환율까지 물가 관리를 위해 희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금리를 올렸지만 이달 안에 또다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쑨먀오링 중국국제금융공사(CICC) 이코노미스트는 "3월 CPI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단기적으로 줄어들기 어려우며 2분기까지 지속될 것임을 보여준다"며 "중앙은행은 당분간 더 강한 통화 긴축을 시행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문제는 긴축이든 아니든 어느 한쪽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원 총리는 13일 국무원회의에서 "경제 운용의 최대 장애물은 복잡함과 불확실성"이라고 토로했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이 금융위기에서 확실하게 회복됐다는 신호를 보내지 못하고 있는 데다 일본 대지진 여파로 글로벌 공급망이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섣불리 물가를 잡는 데만 집중할 수 없고,그렇다고 성장 기조만을 고집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것.

중국 최대 투자은행인 CICC가 1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중국 정부의 고민이 읽힌다. CICC는 "앞으로 긴축이 강화되면 기업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우려돼 중국에 대한 투자 관점을 매수에서 관망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리밍춘 광다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긴축을 강화하겠지만 그렇다고 성장 기조를 크게 희생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