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워런트증권(ELW) 부정거래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체포됐던 스캘퍼(초단타 매매자 · 일명 슈퍼메뚜기)들이 "ELW를 없애야 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검찰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체포된 손모씨(구속) 등 스캘퍼 4명은 검찰 조사에서 "ELW 시장 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은 검찰 조사에서 처음에 투자 전문가가 아닌 것처럼 진술했지만 말하는 것을 들어 보니 금방 금융과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상당한 식견을 쌓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조사가 잘 진행됐다"고 말했다.

손씨 등 세 명은 H증권 출신,나머지 한 명은 다른 증권사 출신으로 모두 2005년 말 국내에 ELW가 도입될 당시부터 관련 업무를 하면서 알고 지낸 사이였다. 2006년께 시차를 두고 퇴사해 투자 그룹을 형성,ELW 투자에서 10억원의 종잣돈으로 300억원을 번 것으로 조사됐다. 이 투자에서 부당 거래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당사자들이 ELW 상품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진술이라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특히 이들은 이 거래에서 "단 한 차례도 돈을 잃은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조문환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9년 ELW 시장에서 일반 투자자들만 5186억원의 손실을 입었을 뿐,증권사(1789억원) 외국인(593억원) 거래소(180억원) 슈퍼메뚜기(1043억원) 등은 모두 엄청난 수익을 챙겼다.

검찰은 지난 14일 기존에 압수수색했던 증권사 10곳 가운데 4곳을 재차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 강도를 높여 나가고 있다. 검찰은 IT 담당부서와 ELW 전담부서에서 전용회선,자동전달시스템(DMA) 등과 관련된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수사선상에 오른 다른 스캘퍼 20~30명 가운데서도 상당수가 전직 증권사 출신으로 손씨 등과 유사한 특혜를 받아 ELW 투자에서 수익을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수사는 다른 금융파생상품 비리까지로 옮겨 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ELW 외에도 국내외 증권사들의 주가연계증권(ELS) 시세조종 의혹,키코(KIKO) 사기계약 의혹 등 파생상품 전반에서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며 "전용회선과 관련한 비리도 다른 파생상품에서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현재는 ELW에 한해서만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금융수사를 총괄하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는 올해 수사테마를 금융파생상품과 해외자원개발 분야 비리로 정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 ELW

주식워런트증권(equity linked warrant)의 약자.주식과 주가지수 등 기초자산을 사전에 정해진 미래 시점과 가격에 사거나(call) 팔(put) 수 있는 권리(옵션)를 나타내는 고위험 · 고수익 주식 파생상품이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