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국내 5대그룹의 증시 영토 싸움도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다.

삼성그룹주가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자동차주 강세를 앞세운 현대차그룹주의 시가총액 영토 확장 기세도 만만치 않은 상태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4일 종가 기준으로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5대 그룹주(株) 가운데 우선주를 포함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비중이 가장 높은 기업집단은 삼성그룹이다. 삼성그룹 시가총액은 258조원으로,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가총액 1200조5848억원의 21.4%에 달했다.

하지만 올 들어 가장 큰 폭으로 시총 규모를 키운 기업집단은 현대차그룹이다. 지난 14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143조4132억원으로 처음으로 140조원을 돌파했고, 작년 말 대비 31.50% 급증했다. 지난달 말 대비로도 8.88% 늘었다.

최근 자동차주 강세가 반영되면서 시총 규모가 급증한 결과다. 현대차, 기아차는 모두 지난 14일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고, 현대모비스현대위아 등 부품주도 함께 최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롯데그룹은 화학주 강세 덕을 톡톡히 봤다. 호남석유, 케이피케미칼 등 화학 계열사 주가가 큰 폭으로 뛰면서 지난해 말보다 시가총액이 13.10% 늘어난 32조9340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쇼핑, 롯데미도파 등 소비주와 롯데삼강, 롯데제과 등 음식료 업체들의 상대적인 주가 부진을 화학주 호조가 충분히 덮어준 것이다.

SK그룹과 LG그룹도 화학 계열사들의 주가 호조 덕에 지난해 말 대비 시가총액 규모가 각각 5.67%, 3.61% 상승했다. 각각 56조5067억원, 93조4914억원으로 집계됐다.

SK그룹은 호남석유, 케이피케미칼이 활약하면서 시총 덩치를 키웠다. LG그룹은 LG화학 등 화학주 강세가 LG전자, LG유플러스 등의 부진을 만회했다.

반면 삼성그룹은 5대 그룹 중 유일하게 작년 말보다 시가총액 입지가 약화됐다. 14일 기준 시총 258조7억원은 작년 말 266조3595억원보다 3.15% 줄어든 수치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전기, 삼성SDI 등 IT(정보기술) 계열사 비중이 높기 때문에 IT주 부진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대표주인 삼성전자는 지난 1월 100만원대 주가를 사상 처음으로 돌파했지만 이후 실적 우려 등이 가중되면서 이후 주가 조정이 진행됐다. 지난 14일 90만원으로 장을 마쳤다.

유수민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룹별로 화학과 자동차, IT 비중에 따라 시가총액 규모가 변동하는 모습이 나타났다"면서 "자동차와 화학주 강세, IT주 약세가 반영되면서 그룹별 시총 동향이 움직인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증시에서 현대차그룹의 입지 확대는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됐다. 자동차와 화학주가 주도하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병옥 하나UBS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CIO)은 "최근 강세장을 견인한 자동차와 정유·화학주의 가격이 기업 수익성과 비교할 때 아직도 비싸지 않은 상황"이라며 "주도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굉장히 '핫' 하기 때문에 운용사나 자문사가 되는 종목에 집중하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주도업종인 정유, 화학, 자동차 업종이 2분기까지 주도주 입지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