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상원의 까다로운 인준 절차를 생략한 채 `차르'를 임명해오던 관행이 된서리(?)를 맞았다.

원래 `차르'는 러시아 황제를 일컫는 용어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 직속으로 특정분야 업무를 총괄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감독관을 잇따라 임명하자 미 언론들은 이런 감독관을 `차르'라고 부르고 있다.

차르는 자동차산업 구조조정, 건강보험, 도시계획, 에너지.기후변화,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과도한 성과급 규제, 기술혁신 등 매우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임명돼 왔다.

그러나 이달 8일 연방정부 폐쇄 시한을 불과 1시간 남겨두고 오바마 대통령과 존 베이너 하원의장,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사이에 이뤄진 2011회계연도(2010.10∼2011.9) 예산안 합의에는 차르 직제를 축소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가 12일 보도했다.

없어지는 차르 직제는 에너지.기후변화 차르와 건강보험 차르, 도시계획 차르, 자동차산업 구조조정 차르 등 4개다.

공화당 측은 협상과정에서 이들 4개 차르 직제에 대해 재정지원을 금지할 것을 요구, 이를 관철시켰다.

공화당 측은 오바마 행정부가 연방정부와 백악관의 직제에도 없는 차르를 양산하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상원의 인준을 받지도 않은 이들 차르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도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해 업무중복과 예산낭비를 초래하고 있다면서 차르를 모두 없애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번 예산안 협상의 결과로 4개 차르 직제가 없어진 것이 외견상 공화당의 승리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속은 없어 보인다.

에너지.기후변화 차르인 캐럴 브라우너는 올해초 사임했고 건보 담당 차르인 낸시-앤 드팔은 백악관 비서실 차장으로 승진 기용됐으며 도시계획 담당 차르인 아돌포 카리온은 이미 백악관을 떠나 주택.도시개발부의 지역담당 국장으로 옮겨갔다.

따라서 예산안 협상의 유일한 희생자는 자동차 차르인 론 블룸 1명이다.

백악관 측은 이번 예산안 협상으로 4개 차르 직제가 폐지됐지만 이는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중이던 행정부내의 구조조정 작업을 뒤늦게 재확인한 것이라고 뼈있는 논평을 내놓았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