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현대그룹의 금강산 관광사업 독점권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는 지난 주말 담화에서 "남측을 통하는 경로는 그대로 두면서 북측을 통하는 관광을 해외 사업자에게 위임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미 지난해 우리 정부 소유 5개 부동산을 몰수하는 조치를 취한 터여서 이번 발표도 전적으로 의외의 조치인 것은 아니다.

1998년에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2008년 북한 초병이 대한민국의 관광객 박왕자씨에게 총격을 가해 숨지게 하는 사건이 터지면서 중단됐다. 그러나 북한은 이에 대한 정확한 해명이나 공식적인 사과를 우리 측에 표시한 적이 없다. 관광객이 총격을 받아 사망하는 엄중한 사태 전개에 대해 한마디의 사과도 없으면서 무조건 관광 재개를 요구하고 여의치 않자 자산동결에 이어 당초 독점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나온 것이다.

더구나 중국 측 사업자를 끌어들이겠다는 의사를 이번에는 분명히 드러냈다. 북한은 그동안에도 일부 중국 관광업자를 끌어들여 비정기적인 관광사업을 벌여오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가 현대그룹에 사업독점권이 있음을 밝히고 중국이 이를 인정하면서 이 사업도 중단된 상태였는데 이번에 해외업자에게도 사업권을 주겠다고 제멋대로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금강산 관광이 시작되었을 때의 기대와 흥분은 이미 차디찬 분노로 바뀐지도 오래다. 더구나 북한은 그 사이에도 천안함 폭침에 이어 연평도 포격까지 무수한 도발을 벌여왔다. 예상되는 손실만도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현대그룹의 처지가 딱한 것은 분명하지만 이런 엄포와 협박에 국가경영의 원칙을 훼손할 수는 없다. 금강산 사업 재개를 위해서는 총격 사건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와 책임자 처벌 등 일정한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북한 당국은 인식하기 바란다. 그런 조건에서라야 북측이 기대하는 대한민국의 적극적인 협력이 가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