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서남표 총장이 진짜 해야 할 일
학생들은 "언론에 알려지면 안되는 내용이 뭐냐"며 공개 강행을 주장하는 쪽과 "총장과 대화하는 게 중요하다"는 비공개론으로 양분됐다. 간담회를 주최한 학생회조차 "예정에 없던 돌발사태라 당황스럽다. 학우들에게 비공개 여부 결정을 맡기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이 문제를 놓고 학생들의 공방은 한 시간 넘게 이어졌고,서 총장은 8시가 넘어서야 나타났다. 그는 간담회장에 나와서도 "외부인이 나가지 않으면 얘기하지 않겠다"고 고집했다. 논란에 지친 학생들은 결국 총장의 '비공개' 제의를 받아들였다.
서 총장이 비공개를 고집한 논거는 '집안사람끼리 해야 할 얘기가 따로 있다'는 것이었다. KAIST가 최근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던 점을 생각하면 이해할 만하다. 많은 KAIST 학생들이 과도한 언론보도나 일부 왜곡된 외부 시각에 부담스러워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서 총장이 간담회 무산을 카드로 학생들에게 비공개 간담회를 압박한 것에 대해선 학생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 한 학생은 "공개라는 선택지를 빼고 비공개냐 무산이냐 하는 양자택일 '문제'를 내서 학생들을 또 한번 압박했다"고 말했다.
KAIST의 연쇄 자살 사건은 학생들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주체'가 아니라 '몰려서 공부하는 객체'로 전락하면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있다. 평점 3.0 미만부터 0.01점마다 6만원의 수업료를 내야 하는 '징벌적 등록금제'가 대표적이다. 서 총장은 이 제도부터 폐지키로 했다. 서 총장은 당장 '무엇을,어떻게' 풀어나가야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학생들 통제 강화나 압박은 해답이 아닌 것 같다.
강현우 지식사회부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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