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개발원조 실적을 자랑해야 한다는 욕심에 조급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를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습니다. " 외교통상부가 "우리나라가 OECD의 공적개발원조(ODA) 증가율 1위를 기록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가 하루 만에 번복하면서 낸 해명이다.

외교부는 지난 7일 지난해 우리나라 ODA 규모의 전년 대비 증가율이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 가운데 1위가 아니라 2위였다고 정정하는 수정자료를 냈다. 지난해 한국의 ODA 규모는 12억달러로 전년(8억2000만달러) 대비 25.7% 증가했지만,DAC 회원국들 중 포르투갈의 증가율(31.5%)엔 미치지 못했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전날 우리나라의 ODA 증가율이 DAC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는 보도자료를 냈다가 하루 만에 번복한 것이다.

OECD는 최종 보고서를 내기 몇 시간 전에 각국에 초안을 나눠 준다. 외교부는 비유럽 국가들만 집계한 ODA 초안을 받은 상태에서 우리나라의 증가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오자 들떴다. 그런 나머지 조사범위 등 기본적인 사항조차 꼼꼼하게 살펴보지 않았다.

OECD 최종보고서가 발표된 뒤 이에 대한 자료를 내는 것이 관례지만,외교부는 그 몇 시간을 참지 못하고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개발협력국 개발정책과의 담당자는 "오랜만에 홍보거리가 나왔다는 생각에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해명했다.

외교부의 헛발질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9월 유명환 전 장관 딸의 특채에 이어 상하이 외교관 스캔들,한 · 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 번역 오류 등 대형 사고가 잇따랐다. 김성환 장관이 취임 후 강조해온 '외교부 쇄신'을 무색케 한다. 외교부는 10일 FTA 외에 일반 조약과 협정문에 대해서도 전면 재검독에 나섰다고 한다. 번역 오류가 통상뿐 아니라 정무와 일반 분야에서도 발견됐기 때문이다.

대국민 홍보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본기에 충실해지는 것이다. 앞 뒤 살피지 않고 대국민 홍보자료를 냈다가 허둥지둥 번복하는 관료주의적 행태를 뜯어고치지 않고서는 국민의 신뢰를 기대할 수 없다. 번역 오류와 같은 중대한 실수를 더이상 되풀이해선 안되는 것도 물론이다.

김정은 정치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