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형 인간이 성공한다'란 책자나 외국의 '얼리 버드 스페셜(early bird special · 일찍 도착한 고객에 대한 특별 디스카운트)' 등의 광고를 보면 사람들은 대부분 하루의 '이른 시작'을 열망한다는 생각이 든다. 바쁜 일상생활에서 매일 새벽에 깨어 하루를 맞이하고 계획한다는 일은 어려운 과제일 수도 있다. 때때로 체력적인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나에게 '새벽'이란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어김없이 진행되는 '흥미진진한 사건(an excited event)'이기에 양보할 수 없는 순간이다.

내가 새벽형 삶을 시작한 것은 1999년 국방부 대변인 시절부터다. 벌써 13년 정도가 됐다. 매일 조간신문에 나온 국방 관련 기사에 대응하고 오전 10시부터 시작하는 국방부 업무 브리핑을 준비해야 하는 불가피성 때문에 시작된 것이지만,나에게는 더없이 좋은 습관을 갖게 된 계기였다.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비유하는 화법에 '새벽'이라는 단어를 쓰곤 한다. 긴밤 또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지나고 맞이하는 터널의 끝자락이란 뜻이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마지막에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테니까"라는 주인공 스칼렛의 독백에서 보듯,새벽은 모든 이에게 희망을 상징하는 정말 기다려지는 순간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이 순간이 주어진다는 사실이다. 단순히 새벽에 하루를 시작하는 이가 더 많은 시간을 소유한다는 산술적 계산은 하지 않겠다. 그러나 새벽이 가져다 주는 희망을 가슴에 품고,하루를 계획하고 시작하는 사람의 삶과 무엇인가에 쫓기듯 아침을 시작하는 사람의 삶은 수 년,나아가 몇 십년이 지난 후 삶의 궤적과 모습,그 인생의 성취도가 매우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젊은 엔지니어들이 기술 개발에 몰입하다 밤샘 작업을 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조차 새벽의 의미와 가치는 인식돼야 한다고 믿기에 평소 직원들에게 새벽을 맞이하기 위한 체력 관리와 규칙적 삶에 대해 역설한다. 한번 새벽을 놓치면 평생의 새벽을 놓칠 수 있다. '새벽 맞이'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매일 벌어지는 나와의 전쟁이다.

하루에서 가장 조용한 순간인 새벽,마치 우주의 중심에 내가 있고 그 합일점을 느끼는 이 순간이야말로 나에게 가장 흥미로우면서 가장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분출되는 순간이다. 명상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등 활동 내용은 매일매일 다르지만 순간순간 나와 우주의 유기적이고 역동적인 교류는 계속 진행되기 때문이다.

우주와 '교류'하는 이 순간에는 그날 특별히 챙겨야 하는 직원들을 한 명씩 떠올리며 회사라는 커뮤니티와 교류하기도 한다. 새벽의 가치가 나 개인을 떠나 회사는 물론 나를 둘러싼 커뮤니티에 전달돼 그들이 인생에서 새벽을 만들어 가는 데 일조하기를 기대해본다. 우주를 품고 싶은가. 화려하고 역동적인 하루를 소유하고 싶은가. 그러면 오늘 새벽부터 내 것으로 만들자.그러면 우주가 어느새 내 품안으로 와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차영구 < 퀄컴코리아 사장 ykcha@qualcom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