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전사고의 여파가 결국 우리 학교교육 현장에서까지 후유증을 낳고 있다. 지난 7일 경기도와 서울시 교육청은 방사능 비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를 들어 재량 휴교 또는 실외수업 자제 등을 요청하는 공문을 돌렸다. 최근 한국에서 검출되는 방사성 물질이 인체에 무해할 정도로 극소량이란 전문가들의 설명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사능 공포를 필요 이상으로 과장해 불안심리를 키우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공포 조장이 세간의 관심을 모으면서 국민을 현혹시킨다는 데 있다. 무상급식 공약도 마찬가지다. 작년 지방선거 때 야당에 나름대로 승리의 동인으로 작용한 무상급식 공약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가장 큰 쟁점으로 부각될 듯하다. 게다가 범야권은 무상급식,무상의료,무상보육 3종 세트로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려고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처럼 무상급식을 주민투표에 부치자는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좌파 정당의 과도한 복지노선에 한나라당의 핵심 인사들이 동조하는 모양새여서 복지 망국의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좌파노선의 정책은 얼핏 보기에는 그럴듯하지만 내용을 알고 들여다보면 혹세무민하면서도 실상은 자신들의 기획 의도와 그 정책이 장차 몰고올 참담한 결과를 은폐한다.

이른바 진보 노선은 경제적으론 산업혁명과 근대화의 과정에서,사상적으론 계몽의 맥락에서 각광 받으면서 형성됐다. 좌파 이념은 교육에서 독특한 양상을 드러낸다. 대중교육,아동(학생) 존중,흥미 중시,언필칭 인성교육,발견학습과 체험학습,학생 참여,체벌 금지,서민층 자녀를 위한 국가의 개입 등은 좌파정당과 단체들이 내세우는 공통적 특징이다.

이 같은 좌파 아젠다는 얼핏 보면 모두 수긍할 만한 것이어서 반대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 설정이 의도했건 아니건 간에 전혀 예기치 않은 부작용과 그릇된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이다.

산업화 때문에 부각된 대중교육은 획일화된 평등교육으로 변질되고,교사 중심에서 탈피하고자 한 아동 중심은 학교교육 상황에 있는 학생의 지위를 자연상태의 존재로 그릇되게 치환시키고,흥미위주 교육은 인문교육의 도야(陶冶) 가치와 교육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아이들의 정서가 중요하다는 자연주의의 영향은 인성 교육을 내세워 시험을 폐지하는 결과를 낳고 나아가 지식교육을 소홀히 하는 폐단을 야기한다. 발견학습은 교사의 지도가 쓸모없는 것이라는 그릇된 사고를 만연시켰다. 게다가 민주화 명분에서 학생 참여는 교육에서 없어서는 안 될 교권을 실추시키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좌파 교육감이 급조한 학생인권 조례 제정과 체벌금지 단행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학생인격과 인성 중시,자율과 실용,민주적 가치와 같은 덕목을 전통교육이나 우파교육에서 무시하고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데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적어도 두 가지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좌파교육이 실질적으로 의도하는 것은 기존 제도의 권위 붕괴라는 점이다. 정치적 권위주의의 폐해를 교권 폄훼의 논거로 삼아선 안 된다. 교육민주화 기치 아래 내거는 학생의 자유와 권리는 교사의 권위와 상충하지 않는다. '잘 나가는 나라'는 모두 권위를 존중하는 나라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다른 하나는 친(親)서민 무상복지 확대 정책의 위험성이다. 이는 나중에 철회하기도 어렵지만 교육의 국가독점과 개입을 가속화시켜 좌파의 민주화 명분과는 반대로 전체주의로 몰고 갈 위험성을 가중시킨다. 또 전면 무상급식 실시는 한정된 교육재정으로 인해 정작 투입해야 할 교육예산을 삭감해야 하는 비교육적인 작태를 연출한다. 달콤한 장밋빛 좌파 교육에 현혹되지 말고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김정래 < 부산교대 교수·교육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