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기업 인수 · 합병(M&A)과 사업 확장은 결국 대표이사의 자살로 끝났다. 김태성 씨모텍 대표가 26일 자택인 경기도 과천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가 자살을 시도한 차 안에서는 유서도 함께 나왔다. 씨모텍이 지난 24일 담당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 통보를 받은 지 이틀 만의 일이다.

◆전기차 · 줄기세포,계속된 확장

김 대표가 증권가에 이름을 알린 것은 2009년 7월.기업 M&A를 전문으로 내건 나무이쿼티를 창업하면서부터다. 나무이쿼티는 4개월 만에 'T로그인' 등 무선모뎀을 국내 최초로 상용화한 씨모텍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경영권 인수대금 300억원을 차입(50억원)과 증자(250억원)로 조달한 사실상의 무자본 M&A였다.

이후 김 대표는 사업을 계속 확장했다. 씨모텍은 지난해 3월엔 전기차 사업 참여를 선언했다. 나무이쿼티는 작년 7월 줄기세포 등 바이오사업을 영위하던 제이콤을 인수했다. 8월에는 씨모텍을 통해 제4이동통신 참여를 선언했다. 지난해 말부터는 제이콤을 통해 저축은행 인수까지 추진했지만 법적 요건 미비로 무산됐다.

신사업을 추진하며 나무이쿼티는 계속 외부에서 자금을 수혈했다. 제이콤 인수에는 최소 230억원을 썼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씨모텍은 올 1월 연구 · 개발을 명분으로 287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 와중에 이명박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전모씨가 나무이쿼티 대표이사와 씨모텍 이사 등을 역임해 씨모텍은 'MB 테마주'로까지 분류됐다. 전씨는 작년 7월 회사를 떠났다.

하지만 이 같은 시도가 모두 실패하며 씨모텍 주가는 1년여 만에 2015원까지 떨어져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씨모텍 앞날도 막막

증권가에서는 김 대표가 사업을 확장하며 회사 자금에 손을 댈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의견 거절을 낸 신영회계법인은 '회사의 투자 및 자금 관리 취약'으로 '자금거래의 실질'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횡령 발생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의 자살은 나무이쿼티 계열 상장사인 씨모텍과 제이콤의 앞날에도 먹구름을 드리웠다. 처음 회계법인이 의견 거절을 내놨을 당시 씨모텍 측은 "횡령 사실이 있더라도 상장 유지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306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다 44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흑자로 전환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한때 17.36%에 이르렀던 나무이쿼티의 씨모텍 지분은 6.42%로 쪼그라들었다. 나머지는 모두 소액주주들 몫으로 상장폐지될 경우 큰 피해가 예상된다. 제이콤 주가도 씨모텍이 의견 거절을 받은 24일 이후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