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일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 사장(52 · 사진)은 지금도 투자 대상 기업을 직접 점검하러 다니는 '열혈' 최고경영자(CEO)다. 매일 열리는 주식운용팀 모닝 미팅에 종종 참석해 이슈를 점검하고 종목 선정과 관련해 펀드매니저들과 토론을 벌인다. 1985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로 출발, 국내외 증권 · 운용사 리서치헤드와 주식운용본부장을 거치면서 몸에 밴 습관이다.

그는 26년간 주로 중소형주에 주목했다. 국내 첫 중소형주펀드인 '알리안츠베스트중소형'(2001년)과 첫 기업지배구조펀드인 '알리안츠기업가치향상장기'(2006년)를 만들어 수익률 상위권 대열에 올려 놓았다.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올해 중소형주 투자가 유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엔 종목 차별화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우량 중소형주를 편입해 투자수익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사장은 "상장기업의 이익증가율이 낮아지면서 2009년 50%,작년 20%에 달했던 코스피지수 상승률이 올해는 연초 2000선 대비 10% 수준(2200선)에 불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수 상승률이 낮아질 땐 실제 가치보다 시장에서 크게 저평가된 중소형주만 잘 고르면 대형주보다 초과수익을 내기 쉽다고 덧붙였다.

중소형주에 투자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미국이 1970년대 초 기업연금을 도입하면서 대형주 위주의 시장이 중소형주로 확대됐고 그 이후 40년간 중소형주 투자수익률이 대형주를 앞섰다"며 "한국도 퇴직연금 등이 활성화되면서 적어도 10년은 중소형주가 약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옥석'을 가려 투자하려면 기업의 '지배구조'를 잘 따져봐야 한다는 게 이 사장의 조언이다. 배당을 많이 하고,기존 주주의 권익을 중시하는 유 · 무상 증자를 실시하며,투명성이 높은 기업이 투자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주친화적인 의사결정을 하지 않으면 기업 이익이 주가에 제대로 반영될 수 없다"며 "주주를 위한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가 문제이며 이는 중소기업일수록 심하다"고 진단했다.

시장 전망과 관련해선 '상고하저(上高下低)' 흐름을 예상했다. 이 사장은 "일본 원전 사태의 불안감이 어느 정도 해소된다면 시장은 금방 연초 수준으로 상승흐름을 되찾을 것"이라며 "하반기에 선진국들이 출구전략을 쓰면 유동성에 영향을 미쳐 주가 흐름이 약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동 리스크와 일본 대지진 참사로 출구전략이 지연되면 주가 상승흐름은 하반기에도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크레디리요네 리서치헤드 등을 지낸 이 사장은 외국인 순매도 패턴에 대해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2008년 리먼 사태 때처럼 기대수익률을 낮춘 자금들이 리스크가 작은 선진국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얘기다. 그는 "외국인들은 브라질 러시아 중국 다음으로 한국을 중요한 시장으로 꼽고 있으며,한국 주식시장의 위상은 대만보다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올해 주목할 종목에 대해 이 사장은 "인플레이션 영향을 덜 받는 정보기술(IT)주나 중국의 내수진작책의 수혜를 보는 중국 수출주,실적 향상이 기대되는 화학주나 턴어라운드가 예상되는 건설주가 유망하다"며 "비용 상승을 소비자한테 전가할 수 없는 전력 · 수도 · 생필품 관련주는 피하는 게 좋다"고 충고했다.

글=서보미/사진=신경훈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