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7개국(G7)이 18일 외환시장에 공동 개입하자 달러와 엔화 등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심리가 약해지면서 원 · 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원화가치는 상승)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 · 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8원70전 떨어진 1126원60전에 마감했다. 원 · 달러 환율이 1120원대로 내려온 것은 지난 14일 이후 처음이다.

거래는 1133원80전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개장 직후 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가 엔고 저지에 합의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하락세로 방향을 잡았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와 한국 코스피지수가 동반 상승하면서 금융시장 안정 기대감이 높아진 것도 원 · 달러 환율 상승에 한몫했다.

시장 수급도 하락 쪽으로 기울었다. 역외세력이 달러 매도에 나섰고 국내 기관투자가들도 동참했다.

수출업체들도 환율이 급락하자 조금이라도 비싼 가격에 달러를 매도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네고(달러 매도)물량을 쏟아냈다.

그러나 시장 참가자들은 원 · 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 다시 상승할 수 있다는 경계감을 늦추지 않았다. 한 외국계은행 딜러는 "일본이 엔화 약세를 유도하면 우선 글로벌 금융시장은 안정을 되찾겠지만 결국 달러 강세가 초래될 것"이라며 "이는 원 · 달러 환율이 오르는 쪽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 딜러도 "G7의 공조로 엔화가 약세를 이어가고 주식시장이 되살아나면 원 · 달러 환율은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주식시장이 일본 원전 사태나 중동 악재,유가 상승 등에 따라 내리막을 타면 환율이 다시 오름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중장기 원 · 달러 환율에 대해선 대체적으로 하락 쪽을 점치는 분위기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원 · 달러 환율 급등세는 선진국 자금이 인플레이션 위험을 우려해 신흥국에서 이탈하고 있는 와중에 일본 지진이 겹쳤기 때문"이라며 "신흥국 자금의 이탈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높은 성장률을 반영해 다시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오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오후 3시 현재 원 · 엔 환율은 1378원61전으로 전날보다 54원 내렸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