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견본주택을 공개한 1397채 규모의 부산 화명동 롯데캐슬 카이저2차.1순위 청약접수가 마감된 지난 2일 전용면적 84.95㎡(분양가는 3.3㎡당 786만원) 아파트는 10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58 대 1(85㎡)로 화제를 모았던 우동 해운대자이의 청약률을 뛰어넘는 결과다.

부산 청약시장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모델하우스마다 중소형 청약 인파로 북새통을 연출하는가 하면 청약 경쟁률도 10 대 1을 넘는 곳이 다반사다. 이 같은 청약 열기는 점차 중대형 아파트에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중대형도 순위 내 마감 속출

3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부산 명지동에 두산건설이 공급한 '두산 위브 포세이돈(1256채)',대우건설이 당리동에서 내놓은 '당리 푸르지오(542채)' 등이 모두 순위 내 마감됐다.

중소형 아파트뿐 아니라 최근 들어서는 분양시장의 '애물단지'로 치부됐던 일부 중대형도 순조로운 청약률을 기록하고 있다. 당리 푸르지오는 분양 물량이 102~140㎡로만 구성됐는데도 1순위에서 모두 팔렸다. 두산 위브 포세이돈 역시 127㎡ 짜리 59채가 3순위에서 2.97 대 1로 마감됐다. 이 같은 흐름을 방증하듯 부산 일대에 장기간 쌓인 중대형 미분양 아파트도 지난해 가을을 기점으로 대부분 소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윤호 롯데캐슬 카이저2차 분양소장은 "중소형 아파트에서 시작된 청약열기가 최근 중대형 아파트로도 번지는 추세"라며 "지난 가을에는 중대형 미분양 아파트가 매달 50~60채씩 팔려나갔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강정규 동의대 재무부동산학과 교수는 "부산 지역은 2009년부터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의 공급부족 현상이 누적되고 있다"며 "올해부터 영향을 미치기 시작해 2013년 전후에 중대형 부족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분양 직후부터 프리미엄 붙어

부산 청약시장의 열기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아직 분양시장의 냉기가 채 가시지 않았던 지난해 10월 동일이 정관신도시 A13블록에 분양했던 59~84㎡ 규모의 동일 스위트 1741채가 당시 이례적으로 3순위에서 1.9 대 1로 모두 마감되면서 본격적인 회복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수도권 분양시장이 여전히 고전 중인 상황에서 부산권에서 이 같은 '디커플링(탈 동조화)' 현상을 보이는 이유는 공급 부족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예컨대 60㎡ 이하 소형 아파트는 2007년 2477채 수준이었으나 2009년엔 549채로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제조업 경기 활황에 따라 지역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것도 청약열기의 주된 배경으로 거론된다. 부산에는 자동차 및 전자 관련 중소 부품업체들이 다수 포진해 있어서다.

특히 중소형부터 중대형까지 청약 열기가 고조되면서 분양 직후 초기 프리미엄이 채당 적게는 1000만원에서 많게는 5000만원까지 붙는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당리동 반도공인 관계자는 "거래가 활발하진 않지만 프리미엄이 5000만원까지 붙은 물건도 있다"고 전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부산은 그동안 공급 부족으로 인해 최근 매매가격도 계속 오르는 추세로 기존 아파트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신규 분양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집값 상승에 따라 분양권에도 프리미엄이 붙으며 청약 열기가 달아오르는 등 본격적인 선순환 국면으로 접어든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정선/부산=김태현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