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서민용 아파트가 들어설 보금자리주택지구 신규 지정 작업이 올 들어 전면 중단됐다. 125조원의 빚을 진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보금자리 5차 지구 선정과 사업 추진에 나설 재정 여력이 없어서다. 이미 지정한 지구 중에도 땅주인과의 보상 갈등,지방자치단체와의 개발 이견으로 사업이 진척되지 않는 곳이 많다. 주택 공급 위축에 따른 주택가격 급등,전세난 심화 등 부작용을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일 국토해양부와 LH에 따르면 지난 1월 5차 보금자리지구를 제안했어야 할 LH가 3월 들어서도 국토부에 지구 제안서를 제출하지 못했다. 작년 12월 4차 지구 지정 이후 보금자리주택 사업이 사실상 중단된 것이다.

국토부의 당초 계획대로라면 1월 5차 지구 제안→2월 환경부 지자체 등 관계기관 협의→3월 지구 선정 발표 등으로 진행돼야 하는데 이 작업이 멈췄다. 박민우 국토부 공공주택건설추진단장은 "LH가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사업 구조조정을 하는 상황에서 보금자리사업 여력이 없다고 해 난감하다"고 말했다. LH 관계자도 "5차 지구를 상반기 안에 지정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했다.

국토부와 LH는 보금자리주택을 2009년 14만6000채,작년 18만8000채 공급(사업승인 기준)했으며 올해 21만채를 내놓을 계획이었다. 민간 분양시장 침체를 고려,보금자리 사전예약(본청약 전 예약자 선정 작업)은 미룰 수 있지만 지구 선정부터 병목현상이 생긴 데 대해서는 우려가 적지 않다. 올해 공급 목표를 크게 밑돌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5차 지구 사업 지연으로 6차 지구 지정이 내년으로 순연될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사업승인이 난 기존 지구들도 토지 보상 등이 늦어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 LH 관계자는 "미니 신도시급인 광명 · 시흥 등 3차 지구 보상은 생각지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LH가 맞닥뜨린 재정 부실이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어서 올해 이후 보금자리지구 지정과 사업승인을 통한 주택 공급이 상당기간 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장규호/조성근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