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잠입사건'과 관련해 인도네시아 특사단 대표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오해"라고 해명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국내에서는 국정원의 무단침입이 기정사실화되면서 파문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정작 피해 당사자인 인도네시아 정부가 이번 사건을 크게 문제 삼지 않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유력 매체인 '자카르타포스트' 인터넷판은 22일 자국의 대통령 특사단을 이끌고 방한했던 하타 라자사 경제조정부 장관이 방한 당시 묵었던 호텔에 괴한이 침입한 것은 "오해였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하타 장관은 21일 인도네시아 대통령궁에서 열린 각료회의 참석 중 이번 사건에 대해 설명하면서 "3명의 침입자는 방을 잘못 알고 들어온 호텔 손님들이었다"며 "그 손님들은 자기들 방인 2061호실 대신 특사단이 묵던 1961호실에 별 생각 없이 들어갔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오해는 바로 풀렸다"면서 "손님들이 무심코 열어본 랩톱 컴퓨터에는 M 히다얏 산업장관이 한국 관리들에게 설명하려고 준비한 인도네시아 산업 현황에 대한 파워포인트가 들어 있었다"고 덧붙였다.

특사단의 일원인 푸르노모 유스기안토로 국방부 장관도 자카르타글로브와의 인터뷰에서 "아무런 군사분야 데이터도 도난 당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무단침입을 하고 컴퓨터를 열어본 것은 엄연히 사실인데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하니 (인도네시아 정부가) 문제가 확대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