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유는 동계체전서 은퇴…안현수는 '태극마크 재도전'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나란히 3관왕에 올랐던 한국 쇼트트랙의 남녀 간판스타 안현수(26·성남시청)와 진선유(23·단국대)가 선수 인생의 갈림길에서 다른 선택을 했다.

진선유는 오는 15일부터 열리는 제92회 전국동계체육대회를 마지막으로 빙판을 떠난다.

소속팀인 단국대학교 관계자는 "진선유가 동계체전까지 뛰고 선수 생활을 그만두기로 최근 마음을 굳혔다"며 "선수로서 뛰는 마지막 대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진선유는 2005~2007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3연패,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3관왕 등 2000년대 중반 이후 한국 여자 쇼트트랙을 이끈 대들보다.

그러나 2008년 2월 월드컵 대회에서 몸싸움 도중 오른쪽 발목이 꺾이면서 바깥쪽과 안쪽 인대를 모두 다치면서 꽃을 제대로 피우지 못하고 굴곡진 선수생활을 했다.

부상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2009년 4월 열린 대표선발전에서 탈락,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자신이 빠진 여자 대표팀이 동계올림픽에서 '노골드'에 그치는 것을 지켜본 진선유는 조용히 재기의 칼날을 갈았으나 이번엔 바뀐 제도의 희생양이 됐다.

진선유는 타임레이스(일정 구간의 통과 속도를 겨루는 방식)로 치러진 지난해 대표선발전에서 1,500m와 3,000m에서 우승하고도 다른 종목 순위가 낮았던 탓에 종합 점수에서 밀려 다시 탈락했다.

당시 눈물을 흘리며 억울해 했던 진선유는 결국 올해 세 번째 도전에 나서는 대신 새로운 길을 걷기로 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진선유와 비슷한 시기에 나란히 국가대표 간판에서 '비운의 스타'가 됐던 안현수는 다시 한번 도전에 나선다.

진선유와 함께 토리노 동계올림픽 남자 3관왕에 올랐던 안현수는 2003~2007년 세계선수권대회 5연패를 달성하며 '쇼트트랙 황제'로 불렸다.

지금도 많은 선수와 지도자가 '차원이 다른 선수'라고 기억하는 안현수지만, 마찬가지로 2008년 1월 왼쪽 무릎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으면서 고난을 맞았다.

재활 기간과 겹쳐 제대로 준비도 하지 못한 채 2009년 대표선발전에서 고배를 마신 안현수는 지난해 대표선발전에서도 젊은 선수들과의 체력 싸움에서 밀려나 탈락하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후로도 포기하지 않고 운동을 계속한 안현수는 이번 동계체전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노라고 벼르고 있다.

성남시청 손세원 감독은 "워낙 오뚝이 같은 선수라 포기하지 않고 몸을 잘 만들었다"며 "동계체전뿐 아니라 올해 대표선발전에서 다시 태극마크에도 도전할 것"이라고 전했다.

손 감독은 "몸이 많이 좋아졌다"며 "이번 동계체전에서는 새로운 안현수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각 마지막 무대와 재기의 첫걸음이 될 이번 동계체전에서 진선유와 안현수가 어떤 실력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